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울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 손연재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내고도 아쉬움에 눈물을 쏟았다.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 중 알리야 유수포바(카자흐스탄·2004 아테네 올림픽 4위)가 세웠던 성적과 타이를 이룬 기록이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 18.216점(3위), 볼 18.266점(4위), 곤봉 18.300점(3위), 리본 18.116점(4위)을 받아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올랐다.

애초 꿈꾸던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역대 아시아권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인 리듬체조 종목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 것도 메달 못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듬체조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1984년부터 2012년까지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의 국가 선수가 개인종합 메달을 딴 것은 단 한 번 뿐이다.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캐나다의 로리 펑이 금메달을 따낸 것이 유일한 성과다.

1996년부터 올림픽에서 치러진 리듬체조 단체전에서도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의 국가가 메달을 가져간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이 딴 은메달 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결선에 나선 10명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아제르바이젠의 마리나 두룬다(19)와 손연재 뿐이었다. 두룬다는 9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뿐 아니라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의 메달 리스트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2011년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동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야 가라예바가 동메달을 가져간 것 외에 유럽이 아닌 국가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체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리듬체조의 종목 특성 상 긴팔과 긴 다리를 가진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아시아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여기에 러시아와 동유럽이 그간 탄탄하게 지켜온 전통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까지 더해져 이 종목의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모든 종목을 마치고 대기석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손연재는 4위로 경기를 마쳐 아쉽게 메달 획득은 실패했다.

손연재는 대회 시작 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초등부 선수시절 사진을 올리며 “지금까지 정말 참 잘 왔다 #꼬꼬마”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러시아에서 훈련하며 받은 온갖 설움과 고질적인 발목 부상의 고통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까지 온 스스로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메시지였다.

그는 고1이던 2009년 국내 훈련만으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2010년부터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받으며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 적응하기 위해 손연재는 눈칫밥을 먹어가며 버텼다.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도 구석에서 연습을 해야하는 등 러시아 선수들의 ‘텃세’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훈련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손연재는 변비약 CF까지 찍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손연재는 “잦은 CF 촬영이 훈련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손연재는 2012년 한 TV 방송에 출연해 “리듬체조는 유학비용이 엄청나다.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하려면 한달에 3000만원 정도 든다”며 “CF 수입으로 유학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때 입는 4종목 의상에 최소 1000만원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연재는 연간 2억원정도의 비용을 대부분 자비로 부담했다.

2014년에 진행된 인터뷰에선 “평범한 집안에서 훈련비, 프로그램비, 음악비, 의상비, 국제대회출전비용까지 사비로 부담해야 해 힘들었다”며 “부모님이 맞벌이로 러시아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했기 때문에 아파도 한 시간이 아까웠고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못 따면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훈련에 임한 끝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또 "2010 광저우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광고도 많이 들어와 그 비용으로 훈련했다”고 했다.

이후 2011년 9월 프랑스 몽펠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오르며 자력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고, 결선 5위를 기록하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그리고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마지막 올림픽을 무사히 마친 그는 모든 것을 참아내고 견뎌온 시간들을 회상했는지, 아쉬움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