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이던 1970년대 말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하도록 한 존 베시 2세 전 미 합참의장이 18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베시 전 의장은 이날 고향인 미네소타 주 노스 오크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퇴임할 때까지 46년 동안 직업군인의 길을 걸은 베시 장군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나오지 않고도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베시 장군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939년 16세 나이로 미네소타 주(州) 방위군에 입대했다. 규정에 따르면 18세가 되어야만 입대할 수 있지만, 베시는 모병관을 속이고 입대에 성공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군에 남은 그는 독일과 한국에서 야전 포병 장교와 포병 참모로 근무했다. 한국전이 끝나고 그는 미 육군 참모대학 과정을 거쳐 중령으로 진급했다. 이후 1967년 베트남 파견 제4 기계화보병사단 포병단 부단장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70년에는 태국의 미 육군 지원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라오스 내 친공산 반군 소탕작전을 조정했다. 태국 근무 중이던 1970년 준장으로 진급한 그는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육군본부 작전기획 담당 참모차장실 작전국장, 제4 기계화 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작전기획 담당 참모차장 등을 거쳤다.
1976년 11월 대장으로 진급한 베시는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특히 그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77년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자 대통령을 설득해 이를 철회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베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초기인 1982년 합참의장에 올랐다.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등 군 협력을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1983년에는 소련의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저지하는 소위 ‘별들의 전쟁’(Star Wars) 구상을 레이건 대통령에게 제의해 추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84년 NYT 인터뷰에서 “맥아더, 아이젠하워, 브래들리처럼 대중의 눈에 유명한 장군들이 많지만, 나는 그런 장군이 아닌 데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낀다”며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미군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에는 베트남전 미군 포로들과 참전자들을 위한 공헌활동에 헌신했으며, 이 공로로 1992년에는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