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절정이었던 지난 광복절에 직장인 이승주(32)씨는 집에서 에어컨을 켰다. 그러나 에어컨은 켠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동으로 꺼졌다. 며칠 동안 에어컨을 틀었던 터라 에어컨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생각한 이씨는 몇 분 뒤 대수롭지 않게 다시 에어컨을 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어컨을 켜자마자 집안의 모든 불이 꺼지더니 TV와 냉장고 등 전자제품 전원도 전부 나갔다. 전력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에어컨 제조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담당 직원은 에어컨을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했는지 물었다. 이씨는 에어컨을 처음 설치할 때 벽면 콘센트에 전원이 닿지 않아 멀티탭으로 연장해 에어컨을 연결했다. 이씨가 멀티탭을 사용한다고 하자 고객센터 직원은 “허용 전력량이 많은 제품으로 멀티탭을 교체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멀티탭에 다른 전자제품을 꽂지 말라”고 했다.

이씨는 그동안 멀티탭에 에어컨만 연결해 사용했지만, 이날은 멀티탭에 선풍기까지 꽂아 사용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하나의 멀티탭에 연결하면서 허용전력을 초과해 전력 공급이 차단된 것이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그런데 에어컨을 사용하다 집 전체 전기가 나갔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사용하다가 자주 정전이 된다면 에어컨을 꽂은 멀티탭을 먼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멀티탭은 제품마다 ‘허용 전력량(계속해서 수용 또는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 정해져 있다. 멀티탭에 연결할 수 있는 전자제품의 양이 제한돼 있는 것이다. 보통 멀티탭 제품 포장지나 하단부에 허용 전력량과 각 구별 용량 제한이 표기돼 있다.

예를 들어 허용 전력량이 2000W(와트)일 경우 멀티탭에 꽂은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량 합계가 2000W를 넘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넘길 경우 한꺼번에 많은 전력이 멀티탭에 쏠려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허용 전력량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멀티탭의 정격 전압(V)과 전류량(A)을 곱해 허용 전력량을 알 수 있다. ‘10A-250V'로 표기된 멀티탭은 2500W가 최대 허용 전력량이다.

가전제품마다 사용 전력량이 다른데, TV는 보통 200W, 가습기나 냉장고는 100W 정도다. 전기난로, 다리미, 전기밥솥 등 냉난방기구나 열을 발생시키는 제품들은 1000W 이상 전력을 소비한다. 특히 에어컨은 처음 가동할 때 1000W 이상, 냉방 중일 때는 2000W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에어컨을 다른 전자기기와 함께 연결할 경우 전력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 또 허용전력량이 낮은 멀티탭을 사용할 경우 에어컨 하나만 멀티탭에 연결했더라도 냉방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허용전력을 초과해 전기가 차단될 수 있다.

한 에어컨 제조업체 관계자는 “에어컨은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대부분의 가정에선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벽면 콘센트에 멀티탭을 꽂아 에어컨을 연결하는데, 이럴 경우 멀티탭을 에어컨 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허용 전력량이 높은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에어컨을 연결한 멀티탭에 선풍기나 TV 등을 함께 연결해 사용할 경우 허용 전력량을 초과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안전하게 멀티탭을 사용하기 위해선 최대 허용 전력량의 8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멀티탭을 청소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쉽게 증발되는 소주나 알코올 등을 이용해 멀티탭의 먼지를 닦아주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