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2011년 서울 강남역 부근 땅을 넥슨에 팔기에 앞서 우 수석이 이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의 부동산 매매 광고가 중개업자 사이에서 돌아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2월 부동산 투자 인터넷 카페에 올랐던 광고엔 강남 땅에 대해 '소유주는 사망했고 관리는 사위인 검사가 한다'고 돼 있다.
우 수석은 지난달 18일 조선일보의 맨 처음 의혹 보도에 "처가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틀 뒤 자신이 매매 계약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자 "불안하다는 장모님을 위로해주러 갔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이제 중개업자들은 애초부터 '검사 사위가 관리하는 부동산'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 수석의 거짓말을 뻔히 알면서 더 이상 두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땅 매매가 진행되던 2010~2011년은 우 수석이 범죄 정보와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또는 수사기획관으로 있을 때였다.
더 의아한 것은 광고엔 땅을 '급매매로 판다'면서 '매매가는 1173억원'이라고 돼 있었지만 정작 넥슨은 1326억원에 사줬다는 것이다. 광고 매매가는 우 수석 처가 쪽에서 제시한 가격이었을 것이다. 땅을 사는 사람은 파는 쪽에서 부른 가격에서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하는 법이다. 더구나 우 수석 처가는 1000억원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려고 급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넥슨은 우 수석 처가가 부른 가격에서 153억원을 더 주고 사들였다. 넥슨이 웃돈을 얹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넥슨은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00억원이 넘는 주식 대박을 안겨줬던 주식의 매입 자금을 사실상 뇌물로 거저 주기도 했던 비리 기업이다.
검찰은 통상 직접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지 못해도 정황(情況)이 충분히 뒷받침하면 비리 수사에 나선다. 우 수석 처가 땅 거래와 관련된 여러 사실과 정황은 모두 '엘리트 검사에 대한 넥슨의 특혜 제공'이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의혹의 사실 여부를 가리려면 우 수석, 김정주 넥슨 창업주, 진경준 검사장 등 관련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같은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
현재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현직 시절 비리만 조사할 수 있어 강남 땅 매매 의혹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검찰도 손을 놓고 있다. 기업이 훗날의 배려를 기대하고 검사에게 재산상 이익을 안겨줬다면 현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뇌물(賂物)로 간주할 수 있다. 대통령이 우 수석을 끝까지 감싸고 도는 이유도 알 수 없지만 검찰이 뚜렷한 범죄 정황을 보고서도 구경만 하고 있는 배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