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회계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들이 잇따라 외국 대학 교수로 임용되고 있다. 15일 서울대 경영대학에 따르면, 8월 말 박사 학위를 받는 오승빈(34)씨가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교수로 임용돼 내년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오씨는 경희대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뒤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또 오씨와 박사 동기인 최아름(32)씨도 홍콩의 8대 공립 명문 대학 중 하나인 홍콩침례대 경영학과 교수로 채용됐다. 최씨는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사·박사를 마쳤다.
그동안 국내파 박사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해외파에 밀려 찬밥 신세였다. 국내 대학들이 교수를 채용할 때 국내파보다는 해외파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경우 재작년까지 최종 학위(박사)를 국내에서 받은 교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서울대 경영대의 회계학 전공 교수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박사과정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박사과정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학위 논문도 영어로 작성하게 했다. 또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면 SSCI(사회과학논문 인용지수)급 학술지에 논문을 한 건 이상 게재하도록 했다. 최씨의 지도 교수인 최종학 교수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려면 교수들도 힘들지만, 해외 연구진과 활발히 교류하고 국내파 박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박사과정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서울대 회계학 전공의 실험은 지난 2006년 첫 결실을 거뒀다. 그해 박사 학위를 받은 손병철 교수가 홍콩시티대 교수로 임용된 것이다. 2년 후 2008년 홍콩 폴리텍 대학으로 임용된 이우종 교수는 7년간의 홍콩 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모교인 서울대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2011년에는 최선화 박사가 영국 랭커스터대에 채용돼, 경영학 분야 최초의 국내파 출신 유럽 대학 교수가 됐다. 작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형진 교수와 현정훈 교수도 각각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대학과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 지난해와 올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회계학 전공자 6명 가운데 4명이 외국 대학에 임용됐다. 과거에도 국내파 박사가 외국 대학에 임용된 적은 있지만, 서울대 회계학 전공처럼 한 전공에서 외국 대학 교수를 대거 배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는 "국내파 박사가 외국 대학에 취직했다고 해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면 안 된다"면서 "이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외국 대학들이 한국 출신 교수들을 추가로 채용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