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원·오페라 평론가

오페라 공연에서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와 환호성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장 화끈한 매너를 자랑하는 곳은 역시나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 멋진 아리아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박수와 함께 '브라보!'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자기 형·동생을 부르듯 가수들 이름을 넣어 가며 환호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연극 대사처럼 문장을 만들어 찬사를 보내는 관객도 많다. "밀라노는 당신을 사랑해!" "마르타, 너는 진정 로마의 보물이야!" 뭐 이런 식이다. 대신 마음에 안 들면 곧잘 야유를 쏟아낸다. 한때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는 성난 골수팬들이 신발이나 과일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비스(Bis)'라는 독특한 관습도 인상적인데, 성악가의 노래가 멋들어질 경우 "비스!"라고 외치며 해당 아리아를 한 번 더 청해 듣는 걸 말한다. 가수에게는 무한한 영광, 관객에게는 최고의 서비스가 되지만 공연 흐름을 끊는다는 단점이 있어 불허하는 지휘자도 많다. 언젠가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선 '비스'를 거부하는 지휘자에게 관객들이 야유를 퍼부어 일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독일 관객들은 대체로 차분하고 근엄하다. 이탈리아에서 목으로 외칠 것을 여기선 박수로 대신한다. 정통 독일식은 3·3·7로 리듬을 넣는 게 아니라 숨 돌릴 틈 없이 밀도 짙은 박수를 끝없이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브라보를 외치는 대신 구둣발을 힘껏 구른다. 커튼콜 때 곳곳에서 우르르릉 천둥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구두와 하이힐로 극장 바닥을 맘껏 구르며 박수를 보내서다. 독일 극장 대부분이 나무 바닥이어서 이 '발 구르기 커튼콜'은 더 장관이다.

우리나라도 관객들의 열광적인 매너로 유명하다. 지난 3월 내한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이런 분위기라면 밤새워 노래할 수 있다"며 환호에 감격했다. 한국을 찾는 연주자들이 유독 앙코르에 후한 건 뜨거운 객석 분위기 덕분이라는 후일담도 나온다. 결국 공연은 무대 위 예술가와 객석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