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에서 한일전의 의미는 남다르다. 리우 올림픽 첫 ‘숙명의 대결’이 배구 코트 위에서 펼쳐진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오후 9시 30분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지뉴 스타디움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른다.
배구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일본을 제물로 8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4년 전 런던에서 당한 패배를 되갚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에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고에서 벌어지는 한일전은 다른 경기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올림픽 무대에서 열린 한·일전은 늘 명승부를 연출했고, 태극전사들은 투혼을 앞세운 극적인 승리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3·4위전에서 일본을 2대0으로 꺾고, 축구 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병역기피’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공격수 박주영이 일본 수비수 4명을 따돌리고 넣은 선취골은 ‘올림픽 명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숙적’ 일본과 맞닥뜨렸다.
2-2로 팽팽히 맞선 8회 말 ‘국민 타자’ 이승엽이 일본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결정적인 역전 2점 홈런을 뽑아냈다. 한국은 이후 2점을 더 추가해 6대2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아마 최강’ 쿠바마저 꺾고 9전 전승의 금메달 신화를 완성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야구 한·일전도 명승부였다. 4강에서 미국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동메달을 놓고 일본과 절체절명의 승부를 벌였다.
0-0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다가 8회 2사 2·3루에서 이승엽이 마쓰자카의 직구를 공략해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한국 선발 구대성은 마운드에서 15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완투했고, 3대1 승리해 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황영조는 39㎞ 지점까지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다. 코스 막바지에 나타난 몬주익 언덕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한 발씩 앞서 나간 황영조는 내리막길에 들어서자마자 전력으로 내달려 모리시타를 따돌렸다.
그대로 몬주익 스타디움까지 달려간 황영조는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TV중계를 시청하던 국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줬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이후 56년만의 마라톤 승전보이자 일본 선수를 제치고 따낸 금메달이어서 더욱 감동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