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 인사를 나눈다. 대통령 헤어스타일을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머리를 한껏 숙여 보여준다. 꼬마 스파이더맨에게 익살스럽게 항복하는 시늉을 한다…. 모두 백악관 전속 사진사 피트 수자의 작품이다. 그는 그림자처럼 오바마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한 주에 2만장까지 담아낸다.

▶백악관 사진사는 그 엄격하다는 대통령 경호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대통령 앞과 옆, 뒤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백악관 사진사의 '대통령 접근권(權)'은 50년 넘게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덕분에 대통령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순간들을 잡아낼 수 있다. 공식 행사의 무대 뒤나 대통령 일과 후 사적(私的) 시간도 찍으려면 무엇보다 대통령 신임이 중요하다. 수자는 시카고트리뷴 사진기자였다가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상원 의원일 때 친분을 쌓았다.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사진사는 업무를 벗어나 인간적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통령들 사진은 언제나 비슷비슷하고 대개 근엄하다. 사진 속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서 연설하거나 악수하거나 손뼉을 친다. 정돈된 모습만 보여주길 원하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어쩌다 시장에서 상인들과 담소하는 사진쯤이 그나마 파격이다. 우리는 전속 사진사라도 마음대로 대통령 가까이 갈 수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입 기자단과 함께 행사 초반 허락된 촬영을 끝내고 나와야 한다. 정해진 선을 넘어 접근해도 안 되고 대통령 뒤에서 찍을 수도 없다. 경호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한국에선 큰 권력인 모양이다. 권력을 좇는 사람들은 권력이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부터 이명박까지 여섯 대통령을 찍어 온 사진사가 2011년 말부터 2년 대우조선해양 고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급 1000만원에 제네시스 승용차와 사무실까지 받았다고 한다. 대우조선의 대주주, 산업은행 총수였던 강만수 회장이 그를 우대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가 검찰 수사에서 흘러나온다.

▶대통령 사진사와 대형 조선사 고문 자리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가 회사 경영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공적 자금이 수조원 넘게 들어간 대우조선에 줄 타고 내려온 비(非)전문가가 우글거렸다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검찰 수사에서 또 누가 어떤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벌인 사실이 나올지 모른다. 세상 참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