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프장에선 샷을 한번 잘못 날렸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러프에는 1m 넘는 대형 쥐가 있고, 벙커에는 올빼미들이 구덩이를 파 알을 낳고 살고 있다. 호수 부근에는 악어가 도사리고 있다. 야생 동물원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리우올림픽 남녀 골프 경기가 열리는 리우 서부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파크 골프장이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4일 "리우올림픽 골프장에선 카피바라, 굴올빼미, 카이만악어 등 다양한 동물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올림픽을 맞아 새로 지어진 올림픽 파크 골프장은 큰 호수 2개를 끼고 있어 야생 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장소다.

1m 넘는 쥐가 어슬렁어슬렁 - 올림픽 파크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쥐(설치류) 카피바라. 몸길이 130㎝에 달하는 이 동물은 30~40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설치류(齧齒類)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카피바라는 올림픽 골프장에 30~40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순한 성격으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몸길이 130㎝에 몸무게가 60㎏에 달해 선수들에겐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공포다. 카피바라는 브라질 남부에 사는 인디오 말로 '초원의 지배자'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먹성도 좋은 카피바라는 밤새 골프장 잔디를 갉아 먹어 코스 관리자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카피바라가 러프의 길게 자란 잔디를 갉아 먹어 페어웨이처럼 짧은 잔디로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올림픽 골프장엔 굴올빼미들이 벙커에 굴을 파서 알을 낳고 생활한다. 올빼미들이 만든 지름 20㎝가량의 구멍으로 잘못 날아든 공이 빨려 들어가는 불상사도 벌어질 수 있다. 호숫가엔 카이만악어가 산다. 카이만악어는 몸길이가 3m가 넘지 않는 크기지만 공을 찾아 풀숲에 잘못 들어갔다간 공격당할 수 있다.

(왼쪽 사진)골프장에 굴 파고 사는 올빼미 - 굴올빼미는 골프장 코스에 굴을 파고 생활한다. 지름 20㎝에 달하는 굴에 공이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오른쪽 사진)쥐·올빼미도 모자라 악어까지 - 골프장 호숫가에 사는 카이만악어. 몸길이가 3m가 넘진 않지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국제골프연맹(IGF) 관계자는 "골프는 낮에 진행돼 선수들이 야행성인 카이만악어에게 물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아직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나무늘보, 원숭이, 보아뱀 등이 골프 코스를 차지하고 있다.

애초 올림픽 골프장은 잔디와 워터해저드 탓에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서식하기에 좋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를 염려해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4위를 포함해 상위권 남자 선수들이 대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브라질이 겨울에 접어들면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모기는 줄고 있지만 그 자리에 각종 야생 동물이 터를 잡으며 또 다른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경기가 열리는 동안 각종 야생 동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야생 동물 전문가 5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 유명 스포츠 블로그 데드스핀은 "이번 올림픽 골프 경기는 골프장이 아닌 동물원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