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일본 도쿄(東京)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 전 방위상의 당선이 확정됐다.
개표가 84% 진행된 이날 오후 11시 30분 현재, 고이케는 득표율 45.6%를 기록하며 자민·공명당 등 연립 여당이 지원한 마스다 히로야(64) 전 총무상, 민진당 등 4개 여당 단일 후보로 나선 도리고에 슌타로(76) 후보를 17~24%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 남은 개표에 관계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고이케는 1947년 도쿄도지사를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첫 여성 도쿄도지사다. 최근 2년 사이 전 세계에서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주요 대도시의 지자체장에 여성이 당선될 정도로 '여성 지자체장' 바람이 거세다. 도쿄도지사는 인구 1300만명의 수도 도쿄를 관할하는 지자체장으로 한 해 13조3000억엔(약 140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임기는 4년이다.
고이케는 효고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간세이가쿠인대학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이집트로 유학을 떠나 카이로아메리칸대학에서 아랍어를 배웠다. 이후 아랍어 통역사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와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등을 인터뷰해 명성을 얻었다. 1979년부터는 니혼 TV와 TV도쿄에서 뉴스 앵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고이케는 1992년 일본신당 참의원 비례대표로 처음 정계에 진출해 여성 정치인으로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참의원 1선(임기 중 사퇴), 중의원 8선인 그는 환경상과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 및 북방 대책 담당), 내각총리대신 보좌관(국가안전보장문제 담당) 등을 거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환경상을 지낼 당시엔 여름 복장을 간소화한 '쿨 비즈(cool biz) 운동'을 이끌어 화제가 됐다. 반면 유력 정치인을 좇아 현재의 자민당까지 총 5개 정당을 옮겨다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고이케는 2007년엔 제1차 아베 정권에서는 일본 사상 첫 여성 방위상을 지냈다. 하지만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하면서 아베 정권 2기 들어서는 당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번 선거에서 고이케는 자민당의 지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독자적으로 출마해 선거를 치렀다. 고이케는 방송인 출신답게 화려한 언변과 대중적 인기를 앞세우며 당의 지원 없이도 선거 동안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고이케의 당선으로 도쿄 내 '제2한국인 학교' 설립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다. 고이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임인 마스조에 요이치 지사가 도쿄 신주쿠의 한 부지를 제2한국학교 용도로 한국 정부에 유상 대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