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프로 입단 첫 해에 신인왕에 오르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만큼 프로의 벽이 높다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아마추어 야구에 뛰어난 선수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초고교급' 신인이 입단해 프로야구를 평정한 예가 간혹 있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후 프로야구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신인은 없었다. 야구를 하려는 학생, 자녀에게 야구를 시키려는 부모가 점점 줄고 있다. KBO와 각 구단이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가 2017년 신인 1차 지명을 한 부산고 투수 윤성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성빈은 롯데 구단과 계약금 4억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했다. 2013년 NC 다이노스 윤형배가 받은 6억원 이후 신인으로는 최고 계약금이다. 최근 계약금 수준을 현실을 반영한 실질 금액으로 맞춰보자는 구단들의 움직임이 정착됐음을 감안하면 윤성빈에 대한 롯데의 높은 기대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윤성빈의 주무기는 최고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공. 1m90의 장신과 그동안 부상없이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롯데 지명을 받기 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접촉했을 정도로 자질이 뛰어나다. 원만한 성격과 야구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여느 신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윤성빈은 어떻게 유망주로 성장했을까. 지난 25일 전화 통화로 윤성빈의 어머니 신미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머니 신씨는 "성빈이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시켰다"고 했다. 윤성빈은 부산 동일중앙초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원래 다니던 동일초가 중앙초와 합교가 됐는데, 중앙초에 야구부가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윤성빈은 집에 와서 야구를 하게 해 달라고 졸랐다. 신씨는 "우리는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합교가 되면서 야구하는 아이들을 보더니 갑자기 시켜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빈이가 공부를 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반대를 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무릎꿇고 제발 시켜달라고 빌더라. 할 수 없이 허락을 했다"고 말했다.
"성빈이 외가쪽이 키가 크다. 애 아빠도 키가 1m83이다." 윤성빈은 유아 시절부터 발육이 남달랐다고 한다. 우리 나이로 7살에 학교에 들어갔다. 신씨는 윤성빈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 수영과 태권도, 축구 등 운동을 많이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야구만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야구하는 친구들을 보고 나서 그렇게 시켜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야구부 감독님께 성빈이가 야구를 잘 할 수 있을지 봐달라고 했다. 감독님께서 달리기를 시켜보더니 잘 하더라고 하셨다. 운동 신경도 있다고 했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눈빛이었다고 했다." 윤성빈을 야구부에 데리고 갔을 때의 기억이다.
하지만 며칠 못가서 윤성빈이 갑자기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신씨는 "동네 야구처럼 바로 야구를 할 줄 알았는데, 러닝만 하고 공만 줍고 감독님이나 선배들한테 꾸중을 듣더니 울면서 하기 싫다고 하더라. 몸을 단련하기 위한 것인데 성빈이는 그런 것들이 상처가 됐던 모양이었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가 나섰다고 한다. "애 아빠가 혼을 냈다. 하기 싫다고 관두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중간에 또 하기 싫다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께도 야구하도록 할테니 잘 다독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결국 다음날 성빈이가 웃으면서 귀가를 했다. 이후로는 한 번도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신씨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윤성빈 경기를 매번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맞벌이를 해서 성빈이를 잘 쫓아다니지 못했다. 다른 부모들이 문자로 결과를 알려주곤 했다. '성빈이가 우리 학교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하신 부모도 계셨다. 성빈이가 야구를 잘 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중학교(경남중), 고등학교 모두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들어갔다"면서 "성빈이는 중학교 3학년 때 재활을 잠시 했던 것 말고는 아픈 적이 별로 없었다"고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것은 윤성빈 본인의 뜻이었다고 한다. 신씨는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 구체적인 조건을 말한 곳도 있었다. 그런데 성빈이는 처음부터 국내에 있고 싶다고 했다. 자기 실력이 부족하니 더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실력을 인정받고 가고 싶다고 하더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큰 무대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성빈이 뜻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윤성빈은 아직 유망주일 뿐이지 스타로 성장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신씨도 동의했다. 신씨는 "성빈이한테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요즘 매스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그러니 부끄럽다고 했다. 부모 입장에서도 많이 어색하다. 큰 선수가 됐으면 하지만, 그때가 오더라도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씨는 이어 "나도 그렇고 애 아빠도 그렇고 인성을 강조한다. 어른들한테, 선생님한테 예절지키는 것부터 친구들과의 관계, 그런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운동을 하는 아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쪽에 도움이 되라고 매달 책을 사주고 있다. 성빈이가 실제로 다 읽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예체능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사실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교육시키기가 쉽지 않다. 신씨는 "아이 야구시키려면 혼자 벌어서는 힘들다"고 했다. 윤성빈 아버지는 부산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성빈이가 야구를 시작할 즈음 신씨가 자영업을 시작했다. 신씨는 "우유 대리점을 했다. 그러다보니 2~3년 동안에는 성빈이를 따라서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은 전국대회나 연습경기에 자주 가지만 그때는 그러질 못했다"고 했다.
신씨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얼마가 들었는지는 계산을 해봐야 한다. 그때 그때마다 달랐던 것 같다. (돈이)많이 들어가는 해가 있었고, 조금 덜 들어가는 해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금액적으로 일반 학생들보다 조금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일반학원, 고액학원, 개인과외에 따라 들어가는 돈이 다를텐데, 야구는 개인과외 정도는 드는 것 같다. 부모 한쪽 혼자서 뒷바라지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윤성빈이 다니는 부산고는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 부산교육청 방침이라고 한다. 신씨는 "그래도 야구하려면 원정경기, 식비, 회비, 재활 훈련비 등 많이 들어간다. 결코 금액이 작지 않다. 성빈이가 다니는 부산고는 해외전지훈련은 안갔다. 부모들은 보내자고 했지만, 학교 소관이다보니 가지 않았다"고 했다.
야구를 하는 자녀를 둔 프로야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초등학교 4,5학년 때 시작해 고등학교까지 1억~2억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자녀가 운동에 재능이 있더라도 보통의 부모 입장에서는 야구를 쉽게 시키지 못한다.
윤성빈, 본인이 하고 싶어 시작한 야구, 신씨는 최선의 뒷바라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신씨는 "공부든, 운동이든 스스로 깨닫고 하고 싶어 하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로선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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