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평균 키가 지난 100년간 20.1㎝ 상승해 전 세계 200여개 국가 중 가장 성장 폭이 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럽과학오픈포럼에서 발표된 '인류 신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여성의 키는 162.3㎝로 1914년(142.2㎝)보다 20.1㎝가 늘어 성장 폭 1위를 기록했다. 일본(16.0㎝)과 체코(1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남성도 같은 기간 159.8㎝에서 174.9㎝로 자랐다. 남성의 경우도 이란(16.5㎝), 그린란드(15.4㎝)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큰 성장 폭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보건 관련 과학자 800여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인 'NCD-Ris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조사는 200여개 국가의 만 18세 국민 1860만명을 대상으로 1500종류의 각종 건강 정보를 수집한 다음 이를 100년 전인 1914년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서도 남녀 평균 신장이 3~4㎝ 정도 더 컸다. 중국의 평균 신장은 남성 171.8㎝, 여성 159.7㎝로 나타났다. 일본은 남성 170.8㎝, 여성 158.3㎝다. 한국인의 키가 급격하게 큰 것은 유전적 요인에 더해 영양 상태와 보건 환경 등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제임스 벤담 교수는 "지난 100년간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전체적으로 발육 상태가 좋아졌지만 성장 속도는 지역마다 달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라는 남성이 네덜란드(182.5㎝), 여성은 라트비아(169.8㎝)가 꼽혔다. 최단신 국가는 남성은 동티모르(159.8㎝), 여성은 과테말라(149.4㎝)였다.

전체적으로는 아시아·중동 지역이 성장 폭이 컸다. 반면 100년 전 상위(上位)권을 휩쓴 미국과 캐나다, 북유럽 국가의 평균 신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1970년대에 신장 성장세가 멈췄고, 2000년대 들어서는 퇴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엘리오 리볼리 런던 임페리얼대 교수는 "미국은 한때 풍요의 땅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후 계층 간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영양 공급이 불균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