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안방에서 자다가 참다못해 거실 소파 위로 옮겼다. 덜덜거리며 도는 선풍기도 켜놓았다. 좀 있다 보니 집사람도 거실로 나와 카펫 위에 누웠다. 집사람은 체질상 추운 건 아주 싫어하고 더위엔 강한 편이다. 10·26부터 5·16까지 내복을 입어야 한다. 맥주는 냉장고에서 꺼낸 뒤 일부러 상온에서 한참을 덥혔다 마신다. 그런 사람이 거실로 나와 자는 걸 보니 요즘 열대야가 보통 아닌 게 틀림없다.
▶폭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한다. 중동 나라들은 섭씨 50도를 넘는다고 하니 절절 끓는 거나 다름없다. 중국 상하이도 40도를 넘었고 미국도 비슷하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가 '열돔(heat dome)'에 갇혔다는 말도 나왔다. 지상 몇 ㎞ 상공에 정체해 있는 고기압 기단이 뚜껑처럼 지구를 덮어 지면에서 데워져 올라가는 열을 가둬놓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어지간한 기후에는 적응해 산다. 영하 40도인 북극 지방에서 영상 40도의 중동 사막까지 도시를 이루고 살아간다. 습식 사우나는 좀 다르지만 건식 사우나에선 100도가 넘어도 웬만하면 견딘다. 120도 넘게 끓는 방에 사람이 스테이크용 고기를 들고 들어갔다. 45분 만에 스테이크는 잘 익었고 사람은 끄떡없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두바이 같은 사막 모래밭 골프장에서도 골퍼들은 모자 속에 양배추 잎을 집어넣고 라운딩을 한다.
▶세계적 폭염이 온난화 탓인지 어떤지는 딱 잘라 얘기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지난달까지 16개월 연속 세계 월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하니 온난화라는 구조적 원인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기말 기준으로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세계적으로 합의한 목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기후학자가 세계 기온이 평균 2.5도 상승할 경우 북미·유럽·동아시아 선진국들 기온은 3.0~3.5도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여름이 두 달 길어진다는 얘기다.
▶인류는 원래 아프리카 출신이라는데 좀 더워진다고 대수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도 은퇴한 사람들은 더운 플로리다로 몰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몇 년 전 8월 한여름에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할 때 생각이 난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목구멍을 파고들어 그 멋진 도시와 궁전들을 구경하고도 뭘 봤는지 정신이 없었다. 투표로 정할 순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여름이 그런 날씨로 가는 것에는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