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질 거예요."(조쉬 클링호퍼·기타)

현존하는 최고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가 14년 만에 내한한다.

오는 22일 '2016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선다.

1984년 데뷔한 결성 33년차의 베테랑 록 밴드로, 2012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오른 얼터너티브&펑크 록의 아이콘이다. 특히 그래미어워드, 브릿어워드 등 5대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대표 앨범인 '블러드 슈거 섹스 매직'으로 97주 연속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내한은 지난 달 5년 만의 11집 '더 겟어웨이(The Getaway)'를 발표하고 서는 무대다. 21세기 얼터너티브·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가 프로듀싱을 맡아 화제를 모은 앨범이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멤버들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한 장난기와 유쾌함을 보여주며 정제되지 않은 단어를 내뱉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심리적으로 여러 장벽이 생겨납니다. 여드름 상태가 괜찮아 보일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지. 카메라 앞에서 웃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음악을 하고 싶었지 이걸 하고 싶었나, 이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찰나에 여러가지 일을 겪어나가죠."(플리)

"우리 심경을 잘 대변해줘서 고마워."(앤소니, 채드, 조쉬)

다음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의 일문일답.

-1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기분이 어떤가?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과 함께 했던 무대가 기억이 난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 마무리가 너무나도 훌륭했다."(채드 스미스·드럼), "태국 아니야?"(플리·베이스)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 때는 새롭고 신비롭고, 몽환적이고 뭐가 뭔지도 몰랐었다. 이번에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처럼 동대문을 비롯한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여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니 여전히 신비롭고 몽환적이지만, 그 실체를 조금은 더 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플리)

"무엇보다 14년 전에는 없던 아들이 생겼다.(이날 앤소니는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람들과 만난 것도 좋았지만, 고궁이 신비로웠다. 고궁에 가 본적이 있는가? 연못이 있고, 연꽃이 있고,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웠다. 400년 전의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느껴보려고 노력하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앤소니 키에디스·보컬)

-2009년께 새 멤버로 합류한 조쉬는 한국에 처음 방문이다.

"너무 습하다. 끈끈하다."(조쉬)

"아, 지난번에 왔을 때 여러 반찬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반찬 중의 하나가 플리의 머리카락이랑 색이 같아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먹어보니까 맛이 있더라. 오늘 갔던 시장에도 먹거리가 많았고, 먹음직스러워서 보기가 아주 좋았다."(앤소니)

-조쉬를 제외하면 평균 연령이 55세다. 14년 전의 무대매너를 지금도 구현할 수 있을까?(이 때 플리는 민소매를 입은 팔을 보여주며 여전한 근육을 자랑했다.)

"내일 공연으로 증명할 수 있을 거다. 야수처럼 무대에서 포효하는 모습, 본능적인 움직임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금 더 오버해서 옛날 기분을 내 보겠다."(앤소니)

-1999년 우드스톡 공연에서 옷을 벗고 성기를 양말로 덮어씌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그런 퍼포먼스를 기대해도 될까?

"조쉬가 한 번 해보자고 매번 얘기한다. 그걸 하고 싶어서 밴드에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좀 들어서 선뜻 하겠다고 결심하고 있지는 않다. 내일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플리)

-매번 세트리스트를 바꾸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꾸밀 예정인가?

"새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주옥같은 곡을 선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앨범이 나오기 전에 오랜 기간 투어 공연을 했는데, 똑같은 노래만 하는 건 우리도 질린다. 그래서 새 곡을 많이 선보이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존에 사랑을 많이 받았던 노래까지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받고 의견을 교환하긴 하지만 결국 세트리스트는 내가 전부 정한다. 내일 선보이도록 하겠다."(앤소니)

-새 앨범에서 데인저 마우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어떤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존경했던 프로듀서와의 작업을 이어오다가 밴드로서 성장하고 실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데인저 마우스와 함께하게 됐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너무나 끊임없이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는 프로듀서였다. 쉬는 날도 없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놨고, 앨범이 나온 뒤에도 계속 들으면서 어떻게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더라. 우리에게도 끝까지 몰아세우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결과물에도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앤소니)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문신 때문에 사우나나 운동하는 곳의 출입을 제지당하고 있다. 정말 불만이다."(플리)

-쇼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설레고 떨리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질 것 같다. 분명히…하하~."(조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