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천안, 서정환 기자] 농구공을 내려놓은 여자 강아정(27, KB스타즈)은 어떤 모습일까.

한창 꾸미고 놀고 싶을 나이의 20대 강아정의 일상모습이 궁금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강아정은 장맛비가 억세게 내리는 날에도 취재진의 야외사진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팬들을 위해 올림픽예선에서 입었던 소중한 유니폼을 내놓은 강아정은 마음씨도 고왔다.

OSEN: 김화순 선생님부터 변연하를 거쳐 강아정까지. 동주여고에 명슈터들이 많이 나오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궁금했어요. 언니들이 다 슈터라서. 예전부터 장신포워드가 많았어요. 강영숙 언니 말고는 다 그랬어요. 그런데 특별한 훈련은 없었던 것 같아요.

OSEN: 동주여고가 남포동 번화가 바로 옆이잖아요? 운동하다가 도망간 적 많을 것 같아요. 

저는 훈련하다 도망간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렇게 생각할 틈을 안주셨어요. 너무 힘들어서. 카페나 극장이 옆에 다 있어서 좋지만 저희는 갈 수가 없었죠. 축제도 많이 해요. 국제영화제를 하면 영화배우도 많이 오는데 저는 그냥 집에 갔죠.

OSEN: 지난 크리스마스 때 남자친구 보러 빨리 가려고 열심히 뛰었다는 말이 있었어요? 

사실 그때 이미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굳이 제가 나서서 말하기도 웃기잖아요? SNS 사진 다 지우고 하니까 (팬들도) 다 아시더라고요. 시즌 전에 헤어졌어요. 동료들에게도 이야기 안했어요.

OSEN: 공개연애를 했으니까 장단점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경기를 뛰는 입장이라 괜찮았어요. 그분이 안 좋았죠. 농구선수 누구가 아니라 누구 남자친구로 불렸죠. 저는 계속 경기 뛰고 국가대표도 뛰니까 괜찮았죠. 댓글에 ‘여자친구는 잘하는데...’ 이런 게 많았어요. 전 기사댓글 안 봐요.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알았죠.

OSEN: 2007년 입단사진 보니까 지금 완전 용 됐더라고요? ㅋㅋㅋ 요즘 부쩍 예뻐졌다는 팬이 많은데요?

전 모르겠어요. 안경 벗고 머리 길러서 그런 거 아닐까요? ㅎㅎ

OSEN: 피부가 정말 투명한 것 같아요. 관리하는 비결이 있나요?

프랑스에서 완전 뒤집어졌어요. 물갈이를 한다고 해야 하나? 제가 어디 다니면 피부가 안 좋아져요. 이제 일본도 가고 중국도 가야 하는데 걱정이죠. 비행기 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OSEN: 벌써 프로 10년차가 됐어요. 뒤돌아보면 어떤가요? 

저는 비시즌에 재활하느라 다 날리고 시즌만 뛰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착실히 운동했다면 어땠을까 욕심도 생겨요. 지나고 보니 안 그만둔 것이 대견해요. 처음 프로에 왔을 때 1라운드 1순위고, 세계대회 득점왕이라 팬들 기대가 많았어요. 그 기대에 빨리 보답을 못해서 속상해요. 한 시즌 지나는 것은 잘 모르는데 신인선수가 들어오면 ‘벌써 1년이 됐나?’ 싶어요. 팀에서 나이로 세 번째예요.

OSEN: 이제 프로에서 반 정도 뛰었네요. 

몸 관리를 잘해야죠. 
 
OSEN: 어떤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나요?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가 좋으면 다 좋지 않을까요?

OSEN: 예전에 이승기 좋아했잖아요? 

지금 군대갔어요. ㅋㅋ 제가 약간 귀염상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어요. 김광현 선수도 좋아해요.

OSEN: 그러고 보니 최근에 시구할 때 엄청 좋아하더군요. 키 크고 귀여운 남자를 좋아하네요? 김광현도 188cm이에요.

저는 TV에서 볼 때는 (김광현이) 그렇게 큰지 몰랐어요. 실제로 보니까 진짜 큰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어요.

OSEN: 완전 반하고 왔군요? 

괜히 실물을 보고 왔네요. 저랑 거의 프로입단을 비슷하게 했어요. 그때부터 좋아했죠. 열정적으로 따라다니면서 좋아하진 않지만 TV에 나오면 보게 돼요. 우승하고 딱 포수하고 인사할 때 멋있었어요. 어린데 되게 경기를 뛰면서 만루 상황에서 웃으면서 던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삼진 잡고 좋아하고.

OSEN: 본인도 4쿼터 막판에 역전 3점슛 넣고 그런 상황인 거잖아요?

저는 약간 그런 표정이 부족해요. 넣어도 ‘아 들어갔구나!’ 그러고 말아요. 제 딴에는 한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아니라고 해요.

OSEN: 김광현 이야기하니까 되게 표정이 밝아지네요. 주체를 못하시네요? ㅋㅋ 

아닙니다. ㅎㅎ

OSEN: 김광현 선수가 시구연습도 도와줬나요?

김광현은 전날 완투승해서 쉬어야 했어요.

OSEN: 많이 아쉬웠군요? ㅋㅋ 

그래도 같이 사진 찍고 다 했어요. 시구가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어깨를 써야하는데 농구선수라 손목만 쓴대요. 발판 밟고 던지려 하다가 중간에 공이 떨어지면 운동선수 체면이 상하니까 앞에서 했어요.

연습하는데 친분이 있는 두산 선수들이 다 구경했어요. 허경민이 ‘제시카 시구 나온다’고 놀려서 가라고 했죠. 김재호가 일부러 타자로 나와 줘서 긴장이 많이 풀렸죠. 웃겼죠.

OSEN: 자가용은 무엇인지?

제가 체격이 있다 보니 SUV 차량을 타요. 운전도 잘 못해요.

OSEN: 농구가 안 될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시즌 때는 제가 잘했던 경기를 많이 봐요. 슛밸런스를 못 찾을 때 득점 많이 한 경기를 많이 봐요. 비디오미팅을 하면 감독님과 코치님이 자꾸 안 된 걸 보여주시니까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팬분이 제가 득점한 장면만 편집해서 보내주셔서 잘 보고 있어요. 그걸 보고 나가면 슛타이밍이 잘 잡혀요.

농구 외적인 것은 하나를 진득하게 잘 못해요. 색칠공부 2-3장 하다가 다시 딴 거해요. 팬들이 주신 책은 다 읽으려고 해요. 퍼즐도 했어요. 레고도 하고. 근데 진득하게 못해요. 외박도 잘 없지만, 나가도 천안에서 할 게 없어요. 맛있는 거 먹고 영화 보면 끝이에요.

OSEN: 결혼은 언제쯤 할 것 같나요?

결혼이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혼은 아직 생각 없어요. 원래 어렸을 때 27살 전이나 서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나이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ㅋㅋ (임)영희 언니도 결혼하고 잘하잖아요? 결혼을 일찍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사람 있으면 일찍 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OSEN: 결혼한 동기선수들이 없죠?

동기 현역선수 중에는 없고 운동 그만둔 친구들은 있죠. 2세를 생각하면 아이를 일찍 낳고 젊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늦어서 아쉽죠. 다 가질 수는 없죠.

OSEN: 긴 인터뷰에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제가 올림픽예선에 가서 티켓을 따왔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못 땄잖아요. 그래도 응원해주시고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여자농구에 아직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플레이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야구를 보러 가면 항상 느끼는 게 우리나라 최고 인기종목이라 정말 팬이 많잖아요? 그걸 보고 많이 느꼈어요. 경기를 지면 팬들 사인을 거절도 하고 했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정말 많이 느꼈어요. 정말 팬들이 어떤 심정으로 선수를 기다리는지 알겠어요. 시즌 때 경기가 안 풀려도 몸으로 실천을 해야겠어요. 제가 좀 무표정이라 팬들이 보기에 무섭나 봐요.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시즌 때까지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 jasonseo34@osen.co.kr
[사진] 천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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