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 인근 벌판. 가로·세로·높이가 약 2m씩 되는, 큰 새장처럼 생긴 구조물 안에 까치 20여 마리가 갇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김포공항 관계자들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방지할 목적으로 까치를 잡기 위해 놓은 틀"이라며 "공포탄이나 실탄을 쏴도 도망가지 않는 까치들을 포획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김포공항 활주로 인근 벌판에 놓인 까치틀 안에서 까치 20여 마리가 버둥거리고 있다. 까치틀 안에 외지에 사는 까치 한 마리를 넣어두자,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한 까치들이 떼지어 공격하려다 덫에 갇힌 것이다. 까치들이 들어갈 때는 날개를 접어 좁은 틈(원)으로 들어가지만, 거꾸로 빠져나오지는 못하는 구조다.

얼핏 보면 원시적인 기구 같지만 까치틀은 까치의 '본능'을 최대한 활용한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다. 김포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까치 한 마리를 잡아 까치틀 안에 두면,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한 김포공항 까치들이 떼 지어 이 까치를 공격하려다 덫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까치틀을 설치해 매월 20~30마리를 붙잡아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풀어주고 있다"면서 "하루에 50마리가 까치틀에 들어온 적도 있을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 위험도 있어

공항 인근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증가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총 1124건인데, 2013년(136건), 2014년(234건)에 이어 작년(287건)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CC(저비용항공사) 등을 중심으로 항공편이 늘어난 것이 최근 버드 스트라이크 증가세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다 철새 이동 경로가 바뀌는 현상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로 항공기에서 가장 많이 손상을 입은 부위는 엔진이다. 비행 중인 항공기의 엔진 내부로 새가 빨려 들어가 화재가 발생하면서 엔진이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지난 2009년 1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US에어웨이 소속 항공기가 새떼와 충돌하면서 엔진 2개가 한꺼번에 정지하는 바람에 뉴욕 허드슨 강에 항공기가 비상 착륙했다. 항공기가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조종사와 승무원 등이 적절하게 대응해 150여명 승객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맨땅에 추락했을 경우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다양한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책

이 때문에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폭음기·공포탄 등 소리로 새를 놀라게 하는 방식, 반사테이프·스케어리맨(사람 모양의 풍선 인형) 등을 배치해 시각적으로 위협감을 주는 방식, 풀을 베고 벌레들을 죽여서 새들의 먹이를 제거하는 방식 등이 쓰였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공포탄만 쏴도 도망가던 새들이 나중에는 금세 공항 주변으로 돌아온다"면서 "가끔씩은 공포탄이 아닌 실탄으로 위협 사격을 해줘야 새들이 정말 위험하다고 판단해 멀리 도망가는 경우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의 까치틀은 이처럼 '학습효과'를 본 새들과의 '수싸움' 끝에 나온 진화한 예방책이다. 김포공항 협력업체 관계자는 "항공기와 충돌하면 항공기도 손상되지만 결국 새도 처참하게 죽기 때문에 고안해낸 방책"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첨단 기술을 이용한 예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새 퇴치 전문기업인 '버드 컨트롤 그룹'은 새의 움직임을 추적해 밝기 조절이 가능한 녹색 레이저빔을 쏘는 장치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새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관제탑이나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레이더 시스템도 개발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공항 환경에 적합한지 등을 검토한 뒤 해외에서 개발된 예방책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