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김병지(46)가 은퇴를 선언했다.

김병지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며 "이제 은퇴한다"고 밝혔다.

김병지는 "그동안 고마웠다. 마음가는 대로 몇자 적어 내 뜻을 전해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많은 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돼 있을 내가 있으니,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라면서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고 선수생활을 돌아봤다. 이어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살고싶을 때도 있었다.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된 시간을 보내느라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새로운 출발임을 강조했다.

김병지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라며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고 했다.

또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하던 김병지는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지난해 전남의 주전골키퍼로 활약하며 27경기에 출전했고, 30골만을 허용하며 준수한 방어율을 자랑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프로축구 통산 최초로 K리그 7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남과의 재계약에 실패해 자유계약신분이 됐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했으나 새 소속팀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올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했고, 결국 데뷔 25년 만에 은퇴를 택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 현대에서 데뷔해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경남FC, 전남 등지에서 무려 24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K리그 통산 706경기에 754골을 실점했고, 3골을 넣기도 했다.

1995년에는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골문을 지켰고, 2002 한일월드컵 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 통산A매치 61경기를 소화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K리그 개인 통산 출전 기록에서 독보적인 1위다. 2위인 최은성(532경기)과의 격차는 174경기다.

최고령 출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3일 45년 5개월15일의 나이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 출전해 이 부문 1위다.

프로축구 통산 최다 연속경기 무교체 출장도 김병지의 몫이다. 2004년 4월부터 2007년 14일까지 153경기를 연달아 뛰었다.

229번의 무실점(클린시트) 경기도 통산 1위에 달하는 업적이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천금같은 헤딩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K리그 최초의 골키퍼 득점이었다. 2년 뒤에는 골키퍼 최초로 페널티킥 골을 신고했다.

올스타전에서도 빛났다. 2000년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 상을 거머쥐었다.

2007년까지 13년 연속 올스타전에 출전해 최다 연속 출장 기록도 세웠다. 선수생활을 통틀어서는 올스타전에 16번이나 나섰다.

상복도 많았다.

한 시즌 동안 무교체 출전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9차례 수상했다. K리그 베스트 11 골키퍼 부문에는 4회 선정됐다.

소속팀에서는 K리그 우승 1회(1996), 준우승 3회(1998·2004·2008)를 경험했고, 리그컵 우승 2회(1995·2006), FA컵 준우승 3회(1998·2001·2002)를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