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 김모(46) 부장은 암내 심하기로 사내에 소문 났다. 그가 탕비실에 커피를 타 먹으러 오면 직원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시큼한 겨드랑이 땀냄새가 좁은 공간에 가득 퍼지며 커피 맛을 뚝 떨어뜨리는 탓이다.
박모(43)씨는 최근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한강 나들이를 갔다. 초등시절 여학생들 사이 인기만점이었던 박씨는 이날 발목이 드러나는 치노팬츠에 로퍼를 신는 등 한껏 멋을 부렸다. 그런데 박씨가 신발을 벗고 돗자리에 앉는 순간 동창생들을 코를 막았다. 강바람이 솔솔 불자 숙성된 발냄새가 올라온 것. 그 뒤로 박씨는 '청국장'이란 별명을 얻었다.
'남자의 향기'란 말은 늘 가슴 설렌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이 단어가 악몽으로 변한다. 일명 '홀아비 냄새'라 불리는 쿰쿰한 체취부터 시큼한 겨드랑이 냄새, 발고린내, 정수리 쉰내 등 땀으로 인한 각종 불쾌한 체취가 신사의 품격을 해친다. 문제는 이 불쾌한 체취를 남들이 먼저 안다는 것! 그 원인을 들여다봤다.
모든 냄새의 원인은 땀?
땀은 죄가 없다. 땀과 섞인 세균들이 문제일 뿐. 오세웅 후즈후피부과 원장은 "겨드랑이 땀샘의 분비물은 원래 무균 상태라 냄새가 나지 않는다. 피부 표면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냄새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큼한 겨드랑이 냄새, 발냄새 등 신체 부위별 냄새가 다른 것도 특정 부위마다 서식하는 세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 겨드랑이, 배꼽, 사타구니, 귀 뒤에는 '아포크린 샘'이라는 땀샘이 분포하는데 여기서 발생한 땀이 코리네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한다. 흔히 '암내'라 불리는 액취증이 대표적이다. 김범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액취증은 악취와 함께 종종 의복이 땀으로 물들어 일상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료를 원한다"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피부과에서 균을 죽이는 바르는 항생제를 처방 받는다. 최근에는 겨드랑이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 땀 분비를 줄이는 시술도 활발하다. 샤워로 몸의 청결을 유지하는 건 기본. 몸에 땀이 차지 않도록 꽉 조이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다.
발뒤꿈치 묵은 각질 없애라
구두를 벗었을 때 회색 양말을 물들인 땀자국과 함께 퍼지는 고약한 발냄새도 남자들을 난감하게 한다. 발을 잘 씻고 양말도 자주 갈아신어야 하지만, 발바닥이나 발뒤꿈치에 생긴 굳은살이나 묵은 각질도 주1회 제거해주면 효과적이다. 각질층 주성분인 케라틴이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 코리네박테리아가 케라틴을 분해해 퀴퀴한 냄새가 나게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았을 때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갑자기 훅 불어오는 정수리 쉰내도 거북하다. 정수리 냄새는 과도한 땀과 피지가 뒤엉키면서 발생한다. 우선 머리를 잘 감아야 한다. 15분 이상 충분히 시간을 들여 손 끝으로 두피와 목 부위를 마사지하듯 꼼꼼히 닦아낸다. 두피가 습하면 비듬이 생기니 샴푸 후 머리카락은 완전히 말려준다. 평소 스트레스가 많거나 두피에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면 휴대하면서 간단히 뿌릴 수 있는 두피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해도 좋다. 정수리 냄새도 누그러뜨리고 두피도 시원하게 해준다.
육류 적게 먹고, 살도 빼라
술냄새, 찌든 담배냄새가 오묘히 어우러진 '아저씨 냄새' '홀아비 냄새'는 남자끼리도 질색한다. 오세웅 원장은 "나이가 들면 안드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체취가 변한다. 자주 씻지 않고 육류 섭취가 많을수록, 비만일수록 냄새가 심하다"고 했다. 아저씨 냄새가 심하다면 육류, 달걀 같은 음식은 피하고 기름기 적은 생선, 해초류, 두부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김범준 교수는 "고지방 고단백질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혈중에 요소 농도가 올라가고, 요소가 땀으로 배출돼 땀냄새가 더 심해진다. 마늘의 알리신 성분, 고추의 캡사이신, 양파의 이황화알릴프로필 성분도 땀으로 배출돼 냄새를 유발하므로 자극적인 음식도 삼가라"고 했다.
담배냄새도 골칫거리다. 흡연 후 양치나 가글은 필수. 손에도 담배냄새가 배니 흡연 후 비누 칠해 손을 닦고 향 좋은 핸드크림을 덧발라준다. 방향제를 뿌리면 오히려 새로운 악취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주의. 마시고 난 녹차 티백을 잘 말려 옷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숯·커피가루를 장롱 속에 넣어둬도 옷에 쩐 담배냄새를 제거해준다. 전날 입은 양복에 밴 담배냄새를 빨리 없애고 싶다면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한다. 옷걸이에 옷을 걸고 세탁소에서 주는 비닐커버의 윗구멍을 적당히 잘라 씌운 뒤 비닐 아래쪽으로 헤어드라이기 뜨거운 바람을 넣어준다. 담배냄새도 빠지고 장마철 눅눅해진 옷이 보송보송해지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