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분청사기 가운데 가장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초벌덤벙 분장 기법으로 빚어진 ‘보성덤벙이’라는 그릇이다.
‘보성덤벙이’는 초벌이 된 기물(器物)에 덤벙질을 실시하는 초벌덤벙 분장 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가마에서 최소 3번을 구워내야만 완성되는 매우 까다롭고 실패율이 높은 도자 제작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보성을 중심으로 고흥·장흥 등에서 제작된 초벌덤벙 분장 그릇들은 15세기 조정의 명에 따라 민간에서 백자의 제작과 사용이 금지됐던 시기에 출현했다가 한 세대 만에 맥이 끊겼으나, 세계 전통도자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창적 도자 양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릇들이 임진왜란 전에 일본에 건너가 말차(抹茶·가루차)를 마시는 다완(茶碗·찻사발)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초벌덤벙이 사발 2점이 대명물(大名物·국보급)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전남 보성에서 17년째 ‘보성덤벙이’ 재현 작업에 몰두해온 전승 도예가 송기진(45)씨가 다음 달 3~12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민’에서 ‘보성덤벙이’ 재현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선 사그막의 백자 연금술, 보성덤벙이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송씨는 보성덤벙이 달항아리를 비롯해 다완, 다기 등 차 도구 100여점을 출품한다. 송씨는 이어 오는 11월 북경 798예술구 ‘WHITEBOX(白盒子)갤러리’에서 ‘한민족의 독창적 도자제작기법, 보성덤벙이 발표전’을 가질 예정이다.
송씨는 “보성덤벙이는 ‘백자가 아니지만 백자 같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선조들의 독창적 도자 제작기법으로, 후손들이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