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도 하지만 그곳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일어나서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서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통해 무조건 떠나기를 권한다. 하루키의 말처럼 반드시 무언가가 있는 그곳으로 떠나기에 좋을 시기다. 바야흐로 여름, 바캉스의 계절이다. 다낭의 풀빌라에서 마사지를, 파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요즘이다.
하지만 그 상상이 완벽한 여행으로 이어지려면 정보와 준비가 필요하다. '여행의 기술'을 쓴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실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 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고 했다.
휴가차 떠난 해외 여행. 황금 같은 시간도 아끼고 '득템'의 기회까지! 동네 슈퍼마켓에서 미술관 숍까지 그 도시에서 꼭 가봐야 할 쇼핑 포인트와 아이템을 여행 고수들에게 들었다. 짐 싸기 노하우, 출·입국 전 알아둬야 할 깨알 팁은 덤이다. "해외 여행, 이것이 중헌디!"
봉마르셰 티셔츠 VS 반 고흐의 우산
'오 샹젤리제' 노랫말처럼 '태양이 빛나건 비가 오건 낮이건 밤이건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있다'며 여행객들을 유혹하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 '패션MD' 저자 김정아씨는 파리에 갈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봉마르셰와 디자인계의 거장 칼 라커펠트도 쇼핑하러 온다는 편집숍 꼴레뜨, 그리고 몽쥬약국이다. 봉마르셰만의 특별한 콜렉션이 있는 티셔츠, 꼴레뜨의 엽서를 사고 몽쥬약국에선 국내에 아직 상륙하지 않은 르네휘테르의 탈모방지앰플과 비타민을 꼭 구매한다. '정어리 초콜릿'으로 유명한 미셸 클뤼젤의 생또노레 본점에서는 커피콩 초콜릿을, 출장 왔다가 코감기로 난처했을 때 즉각 효과를 봤던 감기약 휴맥스는 프랑스 약국에서 구할 수 있기에 늘 구매하는 제품. "아침·점심·저녁, 잠자기 전 하루 4번 먹는 감기약은 효과가 좋아 나처럼 바빠서 아플 틈도 없는 주변 CEO들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프렌즈 뉴욕'을 쓴 제이민씨는 뉴욕 거리에서 자주 마주치는 코스메틱 멀티숍 '세포라'를 쇼핑장소로 권했다. "베네피트, 나스 등의 화장품과 소품을 직구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세계적 미술관이 있는 도시, 모마(MOMA)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디자인스토어 제품들을 빼놓으면 아쉽다. 제이민씨는 "모마에선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선 아돌프 덴의 '센트럴파크의 봄'이 프린팅된 스카프와 우산이 가장 인기 있는데 선물하면 언제나 환영받는 아이템"이라며 강추했다.
외식브랜드 엘브이아이 파트너스의 김지은 이사는 "후쿠오카에 가면 요리연구가 구리하라 하루미의 숍 '유토리노쿠칸'에 가보라"고 했다. "슬리퍼, 미니유리슈거볼크리머 등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제품으로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대만의 '펑리수', 호주의 '포포크림'
대만의 '펑리수', 태국의 '마담행비누', 호주의 '포포크림', 이탈리아의 '마비스 치약'의 공통점은? 국민간식, 국민비누, 국민크림, 국민치약으로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는 것. 그만큼 현지인들이 애용한다. 바삭한 쿠키 속에 쫀득한 파일애플잼이 들어있는 펑리수는 차와 곁들여 먹기 좋은 대만의 대표 간식. '디스이즈타이완' 작가 신서희씨는 "펑리수는 맛도 좋지만 포장이 고급스러워 선물용으로 그만"이라며 "치아더 같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도 대만의 어느 베이커리에서든 펑리수를 구매할 수 있고 맛도 좋다"고 했다. 대만 대표술인 '금문고량주'는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수수로만 만들어 숙취가 없는 술로 유명하다. 애주가들을 위한 선물용 술로 잘 나간다. 마담행비누는 60년이 넘도록 태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천연비누다. 행 여사의 '증명사진'이 그려진 오리지날 비누를 눈여겨볼 것. 100% 천연허브로 만들어 자극이 적을 뿐 아니라 향이 좋고 거품도 잘 난다.
호주에는 모델 미란다 커가 사용해 '미란다커 립밤'이라고도 불리는 루카스 포포크림이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지영씨는 "올인원 제품으로 수분공급은 물론 윤기 나는 피부 표현, 건조한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는 유용한 '뷰티템'"이라며 호주갈 때 꼭 사온다고 했다. 파파야 성분이 함유돼 아기들 상처에 발라도 좋은 만능연고다. '치약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마비스 치약은 SNS에서 핫한 치약이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으로 욕실 인증샷에 종종 등장한다. 시나몬, 진저, 클래식 스트롱 민트 등 7가지 향과 기능을 지녔다.
악마의 눈? 콜롬비아에선 '모칠라'
터키에선 파란색 유리에 눈모양이 그려진 나자르 본주(악마의 눈) 기념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전 세계 장미 추출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터키라 품질 좋은 장미수와 장미오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국적인 패턴의 터키 도자기도 유명한데 도자기로 만든 장식용 접시나 냄비 받침, 또는 커피잔이나 차이(터키식 차)잔도 여행을 추억하기에 좋다. 대추야자나 무화과 같은 건과일, 터키식 젤리인 로쿰도 선물용으로 안성맞춤. 터키에서 흥정은 필수, 상인이 부르는 값의 절반 이상을 깎는 것이 기본이다.
콜롬비아에선 원주민 와유족이 만든 전통 가방 '모칠라'만 잘 골라도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다. '크로스백'이라는 뜻으로 와유족 여성들이 한땀한땀 100% 수공예로 만들어 패턴, 태슬, 컬러 하나 똑 같은 상품이 없다. 2년 전 극심한 가뭄으로 존폐의 위협에 놓인 와유족이 문명세계에 도움을 청했고, 이를 계기로 시에나 밀러,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모칠라 가방을 들면서 '그 가방 어디 거야?' 입소문 났던 가방이다.
베헤로브카는 체코의 온천 도시 카를로비 바리에서 탄생했다. 허브와 온천수로 만들어진 이 술은 육식을 주로 하는 체코 사람들이 소화를 위해 약처럼 마시기도 하는데 향이 좋다. 현지에서 1ℓ가 1만원 정도 선물용으로 좋다. 체코관광청 한국사무소 손다미 실장은 "체코 내 슈퍼마켓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지만 가끔 새거나 깨질 위험이 있으니 면세점에서 구매하라"고 권했다. 체코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화장품인 마누팍투라의 맥주샴푸·핸드크림·립밤도 선물용으로 좋다. 프라하 시내 17곳의 매장이 있지만 조용하고 면세 혜택도 있는 프라하공항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낫다.
감염병 예방과 여권 분실 대처는?
감염병 예방도 중요하다. 예방접종을 권장하는 감염병은 황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광견병, 장티푸스, B형 간염, 콜레라 등이다. 출국 최소 한 달 전 병·의원 및 보건소에서 접종 및 약 처방을 받는다. 백신과 예방약이 없는 지카바이러스,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동물(조류) 인플루엔자인체감염증, 뎅기열 등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현지인, 동물과의 접촉에 유의하는 수밖에 없다. 지카바이러스나 말라리아 등 모기로 전파되는 감염병의 위험이 높은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은 바르거나 뿌리는 모기기피제와 살충제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조은희 과장은 “외출 때 밝은 색의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고 풀숲, 물웅덩이 등 모기가 증식하는 장소를 멀리하라”고 권고했다. 현지에서 여권을 분실, 도난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럴 땐 재외공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재외공관을 못 찾았다면 한국외교부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영사콜센터(국가별 접속번호+822-3210-0404, +800-2100-0404)로 연락한다.
여행 고수가 알려주는 짐싸기 노하우
1.캐리어를 세웠을 때 무거운 짐은 바퀴가 있는 아래쪽에, 가벼운 것은 위쪽에 넣는다. 캐리어를 끌고 갈 때 아랫짐이 터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속옷, 화장품, 세면도구 등을 사이즈별로 넣을 수 있는 투명 파우치는 내용물이 보여 물건 꺼낼 때 편리하다.
3.신발은 비닐 샤워캡으로, 치약·칫솔·간단한 샘플 등은 비닐장갑 손가락마다 넣어서 정리한다.
4.옷은 둘둘 말아서 넣는다. 구김을 최소화하고 부피도 줄어든다.
5.신발은 아쿠아삭이나 크록스 등 발이 편하고 젖거나 오염이 덜 되는 소재로 챙긴다.
6.여행용 초경량 우산은 필수. 일회용 우비는 비도 피하고 가방커버로도 활용할 수 있다.
7.위탁 수하물에 넣을 수 없는 휴대폰·카메라 배터리, 보조배터리는 기내용 가방에 따로 챙긴다.
8.홈페이지 통해 숙소내 물품 확인하기. 헤어 드라이기, 수건 등이 짐 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도움말=박은하 여행작가·블로거
해외여행 갈 때 꼭 챙기세요
1. 보조배터리 : 지도 앱으로 길 찾다 보면 스마트폰 배터리 닳는 건 시간 문제
2. 멀티플러그&멀티탭 : 나라마다 변압이 다를 수 있고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까지 충전할 기계도 많으니 챙겨두자.
3. 자물쇠 : 소지품과 수화물 분실 방지를 위해 지퍼나 손잡이에 자물쇠를 걸어두면 안전하다.
4. 목베개 : 장시간 비행에는 목베개가 필수, 공기 주입형은 부피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다.
5. 여권사본&신분증 : 여권 분실에 대비해 복사본을 준비, 사진이 있는 신분증은 주류 구입 또는 물품 보관 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