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앙 뒤켄(Duquesne·48)은 '프랑스의 백종원'이라 부를 만하다. 매달 1000만명이 방문하는 프랑스 최대 요리 사이트 '750g'을 운영하고 있고, TV에도 종종 출연하는 유명 요리사다. 그의 팬클럽 '셰프 다미앙' 회원수는 16만명이 넘는다. 파리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 '750g 라 타블르(La Table)'가 프랑스 요리를 합리적 가격에 내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다는 점은 백종원이 운영하는 식당들과 같다.
'750g 라 타블르' 서울점 오픈 준비를 위해 지난달 방한한 뒤켄은 "1994년 인터넷에 '750g' 사이트를 만든 건 사실 음식보다 와인 판매가 목적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이트 이름도 와인 1병의 무게가 750g인 데서 착안한 거예요. 와인과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 와인이 더 잘 팔릴 것 같다며 사이트에 레시피를 올려보라고 IT 전문가인 형이 제안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와인보다는 요리법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아예 요리 사이트로 틀어버렸죠."
그는 프랑스 사람들이 평소 먹는 대중적 요리를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요리 동영상은 5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는 "서양 3대 진미(珍味)라는 송로버섯(트뤼프)처럼 비싸거나 '카피르 라임(kaffir lime)'처럼 구하기 힘든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사람이 먹는 진짜 프랑스 음식을 소개한다"고 했다.
요즘 프랑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음식이라면 외국 것도 가리지 않고 소개한다. 그의 사이트에는 '진짜 한국식 비빔밥 만드는 법'도 있다. "요즘 한식을 비롯한 아시아 음식이 파리에서 엄청 인기예요. 이번에 경북 포항 전통 장류업체 '죽장연'을 방문해 간장과 된장, 고추장 만드는 법을 소개한 동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8만건을 넘었어요! 간장은 먹어봤지만 어떻게 만드는지 몰랐는데 알게 되어 반갑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죠."
뒤켄의 식당에서는 매주 메뉴를 싹 바꾼다.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고 관심을 가진 요리 10가지로 그다음 주 메뉴를 구성하는 식이다. 그는 "음식은 대화이고, 대화하려면 손님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요리는 부자만을 위한 비싼 음식이라는 인식이 싫다"고 했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프랑스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 식당에서는 전채·메인요리·디저트 3코스 세트는 24유로(약 3만1000원), 음료·메인·커피 세트는 15.9유로(약 2만1000원)에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손님이 몰려들더라고요." 뒤켄은 백종원과 달리 설탕이나 인공조미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설탕이나 인공조미료를 사용해 맛을 내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