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재런 러니어 지음|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 560쪽|2만5000원



4차 산업혁명의 충격

클라우스 슈밥 외 26인 지음|김진희 등 옮김
흐름출판|322쪽|1만6000원

디지털 세상에도 '공짜 점심'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네이버와 구글에서 검색을 하고, 지도에서 맛집을 찾고, 사전에 블로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즐긴다. 우리가 무료로 써 온 이 모든 것은 그러나 공짜가 아니었다. 포털 업체들의 깊숙한 곳 최고 보안 구역에 있는 서버에는 성별·연령·피부색 등에 대한 개인정보, 좋아하는 음식과 자주 가는 장소 등 취향까지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리고 이들 정보는 기업 광고를 위한 데이터로 재가공되어 팔려나갔다.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의 구루이자 VR(가상현실)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재런 러니어는 이제 '각자 몫의 청구서를 내밀자'고 말한다.

구글 번역기만 해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구글의 인공지능(AI)은 '진짜 사람'들이 번역한 수많은 예문을 수집해 이용자가 입력한 문장과 끼워 맞춰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지만 수많은 인간 번역자들의 노고에 대한 대가는 치러지지 않는다. 요즘 개발 중인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자발적으로' 올리는 사진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표정을 학습하고 있다. 국내 이야기를 하자면, 네이버가 포털 서비스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식iN'의 역할이 컸다. 네이버는 이용자끼리 묻고 답하는 서비스를 만든 뒤, 좋은 답변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내공'을 부여했다. 높은 평판(評判)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다음과 야후가 지배하던 국내 포털의 판도가 바뀌었다. 네이버에 바친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고는 내공만 주면 그만이었을까.

러니어는 지난 10여년간 네트워크 공간에서 벌어진 이 '공짜 점심'(이용자들의 무료봉사)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놀랍도록 많은 가치를 네트워크에 제공하지만, 부(富)의 대다수는 원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원료를 모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흘러갔다"며 "일반인은 '공유'하지만, 돈은 네트워크 업체의 서버로 흘러들어 전대미문의 부를 창출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종종 사악하기까지 했다. 미국선 보험회사들이 보험이 가장 필요없는 (건강한) 사람들만 알고리즘으로 찾아내 보험을 팔았다. 여행사 오비츠는 비싼 컴퓨터를 가진 이용자에게는 의도적으로 비싼 여행옵션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으로 돈을 벌기도 했다. 러니어는 '내가 서버에서 보는 것보다 서버가 내게서 보는 것이 더 많다'는 한 마디로 이를 정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어떤 서비스가 공짜로 제공될 때마다 그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던 산업이 몰락하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이 세상을 연결하는 데 성공한 인터넷 기업들은 모든 정보를 ‘1’과 ‘0’의 디지털 형태로 환원해 수집하고 가공하고 판매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우리가 인터넷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할 때 사실은 인터넷이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러니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및 정체불명의 금융서버 등을 '세이렌 서버'라고 부른다. 신화(神話) 속 세이렌이 선원들을 꾀어 배를 난파시키듯 그대로 두면 이들이 파괴적 결말을 초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내부자'답게 그는 "개개인의 정보 기여도를 측정하고, 그에 따른 소액 전자지불 시스템을 만들면 네트워크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윤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레게머리의 천재 러니어가 쓴 이 책은 예언서 분위기가 강하다. 어떤 때는 그 통찰의 '경지'를 따라잡기 힘들다. 이에 반해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의 필자로 참여한 크레이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 선임고문은 좀 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음반·영화 산업이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해 파일에 메타 데이터를 입히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앞으로 온라인상의 개인 정보에도 메타 데이터를 입혀 데이터의 이용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아주 소액이라도 대가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은 미국 외교협회가 발간하는 '포린 어페어스'에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 이사회 의장 등 전문가 27명이 기고한 기사를 모았다. 사물인터넷에서 AI, 로봇공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한편, 이 기술들이 불러올지도 모를 위험을 경고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특히 실험실에서 새로운 DNA와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합성생물학의 가능성은 충격적이다. 저자들은 기술적 유토피아가 만들어낼지 모르는 디스토피아에 대비한 새 규율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에선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인명(人命) 사고를 일으켰고, 보안로봇이 어린아이를 공격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처벌할 수 있을까. 만약 로봇이 입력된 코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스로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췄다면, 로봇을 처벌해야 할까. 필자에 따라 글의 완성도가 차이 나는 게 흠이지만,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앞두고 저성장과 불평등, 민주주의의 문제 등 굵직굵직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