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20세기 초 아프리카 나미비아 땅을 점령했을 때 헤레로족 등 원주민을 상대로 자행했던 학살을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 대학살)로 규정하고 110여 년 만에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고 AFP통신과 도이체벨레 등이 14일 보도했다. 제노사이드는 민족·인종·종교·국가 집단을 겨냥한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파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제범죄로 분류된다.
자우잔 히블리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과거 나미비아에서 행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나미비아 정부와 관련 공동 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도 공식 사죄문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1884년부터 1915년까지 당시 '서남아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나미비아를 점령해 식민지로 삼았다. 당시 독일인들이 이곳에 터 잡고 살아오던 원주민 헤레로족의 땅과 가축을 빼앗고 여성을 납치하자 헤레로족과 이웃 나마족은 합세해 1904년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 봉기로 독일군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당시 독일 총독의 지시로 1908년까지 독일 점령군의 원주민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 생포된 원주민들도 감옥에 방치돼 굶주린 채 죽어갔다.
이 학살로 당시 원주민 7만5000여 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헤레로족은 인구가 8만명에서 1만5000명으로 줄었다. 독일은 희생된 원주민들의 두개골을 연구용으로 본국에 가져가기까지 했다.
남아공령이었던 나미비아가 1990년 신생국으로 독립하자, 당시 행위에 대해 독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독일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독일은 2011년에야 가져갔던 헤레로족 희생자들의 두개골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말 그대로 '사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외교부는 "금전적 보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