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이어진 듯한 에메랄드빛 수영장, 발끝에 걸린 수평선, 일몰에 역광으로 찍힌 야자수 한 그루…. 친구의 SNS에 뜬 사진 한 장을 보고 "해외 갔냐?"고 물었더니 "여기 한국!"이라고 답한다. 해외 인기 휴양 리조트처럼 근사한 수영장을 갖춘 호텔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대개 바다와 인접한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 등에 밀집돼 있지만 서울과 근교 바캉스 명소에도 남태평양 해변 리조트 부럽지 않은 수영장을 품은 호텔들이 숨어 있다. 호텔 수영장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거나 '투숙객 또는 패키지 고객 우선'이라 일반 수영장에 비해 관리가 잘 되고 여유롭다는 게 장점. 이번 여름 '핫한' 호텔 수영장에 미리 가봤다.
인피니티 풀, 옥상 수영장 품은 부티크호텔
수영장 너머 청평 호반이 펼쳐진다. 물이 수영장 아래로 흐르듯이 설계된 인피니티 풀 덕분에 마치 강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부티크호텔 까사32(031-585-4432)는 작년 5월, 개관과 동시에 '화보 촬영 명소'로 등극했다. A, B동으로 구분된 객실동 사이 에메랄드빛 뿜어내는 수영장이 자리한다. 청평 호수를 내달리는 요란한 수상보트 소리만 아니라면 하루 종일 해외 리조트에 머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곳의 전신은 청평 호반에 '호텔 숙박업 1호'로 등록했던 그랜드 나이아가라 호텔. 여러 이권이 얽혀 한동안 방치됐던 애물단지가 환골탈태했다. 개인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있는 풀빌라 3개, 월풀 스파와 독립형 테라스가 있는 펜트하우스 6개 등 총 32개의 객실을 갖췄다. 전 객실에서 청평 호반이 보인다. 수상레저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플로팅하우스'도 있다. 투숙하면 수영장은 기준 인원에 한해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 부티크호텔 빠쎄(032-888-9972)의 펜트하우스 객실에는 서해 십리포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오붓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옥상 수영장이 있다. 물놀이 후 수영장 옆 노천 자쿠지에서 해질녘 일몰을 감상하며 스파를 즐기다 보면 '으,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영장 크기는 14×3m로 아담한 수준. 약 330㎡(약 100평) 규모에 3개의 방과 2개의 욕실이 있다. 6명 기준으로 최대 8명까지 숙박 가능하다. 1박에 주중 90만원, 주말·공휴일 100만원. 숙박료가 '헉' 소리 나는 탓에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2가족이 함께 이용하거나 파티룸으로 주로 사용된다. 스메그 냉장고에 희귀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복층형 방은 잡지나 인터넷 쇼핑몰의 화보 촬영 공간으로도 애용된다. 오전 9~10시 1층 카페에서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며 객실 내 취사도구가 있어 펜션처럼 밥도 해먹을 수 있다. 일반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는 바다 전망 수영장도 7월 둘째 주쯤 개장 예정이다.
영종도·송도… 바다·빌딩 숲 보며 수영
인천 영종도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032-745-1234)은 키즈맘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왕산해수욕장과 차로 10~15분 거리다. 호텔 바로 옆 합동 청사역에서 인천공항공사 자기부상열차(오전 9시~오후 6시 운행, 무료)를 타면 갯벌이 펼쳐진 마시안 해변, 무의도 등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대개는 체크인 전이나 체크아웃 후 해수욕장을 이용한다"는 게 직원의 말. 호텔에서는 하루 1차례 왕산해수욕장까지 셔틀을 운영(투숙객 무료)한다. 수영장은 신관인 이스트타워, 구관인 웨스트타워에 실내수영장 2개, 어린이 전용 수영장 1개를 갖췄다. 모든 수영장은 실내 시설이지만 전면 개폐되는 접이식 창을 사용해 문을 열면 야외 정원과 이어져 실내 수영장 같은 답답함이나 꿉꿉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야외 나무 데크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 서해 일몰을 감상하는 게 하이라이트. 웨스트타워에 있는 어린이 전용 수영장은 따뜻한 수온에 전면 유리창을 열면 아담한 놀이터인 키즈 플레이그라운드가 나온다. 수영장만 이용하는 일반 이용객의 경우 입장료 성인 4만4000원, 소인 3만3000원이다.
올 여름 문을 연 따끈따끈 '신상' 수영장은 근교 바캉스 명소로 떠오르는 인천 송도에 있다.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032-210-7000)은 5개월간의 개보수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호텔 3층에 피트니스의 부대시설로 수영장을 개관했다. 이곳 수영장이 핫한 이유는 자연 채광되는 실내 수영장 외에 송도 내 호텔 최초 야외 수영장이라서다. 수심 1.2m, 길이 28m의 메인 풀은 전면을 유리벽으로 막아 전망을 바라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에는 수심 0.9m의 키즈풀도 갖췄다. 다만 기대만큼 넓진 않다. 전망도 낮보다는 해질녘이 낫다. 낮에는 왕복 10차선 도로와 통합교통환승센터인 투모로우시티가, 밤에는 고층 빌딩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라카이 피트니스 클럽 멤버십 회원과 투숙객만 이용 가능하다.
눈 앞에 남산, 발 아래 한강이 보이네
구관이 명관이라고, 서울 특급 호텔 수영장도 빼놓을 수 없다. 휴양지 분위기를 느끼기엔 서울 중구 서울 신라호텔의 야외 수영장 어반 아일랜드(02-2250-8000),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야외 수영장 오아시스(02-2250-8000)가 그만이다. 어반 아일랜드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정까지 운영한다. 하얀색 파라솔에 선베드(무료)가 열 맞춰 있는 낮 운치도 좋지만 물빛 조명이 일렁이는 밤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3개 층에 걸쳐 온수풀, 사계절 자쿠지, 아웃도어 바, 루프톱, 카바나 등을 갖췄다. 낮에는 수영보다 태닝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멀리 남산과 N서울타워가 보여 전망도 좋은 편. '아웃도어바'에서 순살 프라이드치킨, 감자튀김, 맥주를 사와 시원하게 한잔 하거나 이어폰을 꽂고 선베드에 누워 책을 보는 사람 등 즐기는 법도 가지가지다. 수영장은 호텔 투숙객을 위한 시설로, 성수기인 7월 1일~9월 4일 어반 아일랜드 이용 혜택을 포함한 패키지 이용객이 아니라면 성인 10만원·소인 6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오아시스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하얀 천 그늘막, 해변의 오두막집 형태의 카바나에 앉아 있으면 잠시 이국의 어느 해변으로 공간 이동한 기분. 수영장 시설은 성인풀, 유아풀, 영아풀로 구분돼 놀기에 편하다. 찰랑거리는 물속에서 칵테일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아쿠아바'는 해질녘 분위기 잡기 좋다. 오아시스는 회원과 투숙객 전용 시설로 매년 여름 성수기에 풀 사이드 바비큐 뷔페 이용 시 입장료를 추가 지불하거나 야간 카바나 이용객에 한해 일반 개방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야외 수영장 리버파크(02-455-5000)도 지나치면 아쉽다. 특급 호텔 중 유일하게 물이 흘러가듯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심 1.5m 유수풀이 있다. 물살은 세지 않지만 튜브나 구명조끼를 입고 몸의 긴장을 풀면 두둥실 떠다니는 재미가 있다.
남산 중턱 절벽에 있어 마치 루프톱 수영장 같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야외 수영장(02-799-8112)은 태닝 명소다. 메인풀, 어린이 전용 수영장 부근 풀숲에 숨어 방해받지 않고 태닝을 즐긴다. 특히 메인풀 오른쪽 인공 폭포가 있는 정원 '워터폴가든'의 선베드는 뜨거운 햇볕 아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태닝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강남권이 보이는 제이제이가든 쪽 선베드를 차지하려면 최소 개장 1시간 전에는 줄을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