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은 지난 7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경찰관 5명을 저격 살해한 테러범을 제압하는 데 '폭탄 로봇(bomb robot)'을 썼다. 폭탄 450g을 실은 로봇을 테러범 주변에 침투시켜 원격으로 폭발시킨 것이다.

한국 경찰도 도심 테러와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폭탄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테러 전담 부대인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가 갖고 있는 '팩봇(Packbot·사진)'이 대표적이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아이로봇(iRobot)사가 만든 팩봇은 무게 약 30kg의 소형 로봇으로 최대 시속 9.3㎞로 움직이고, 60도의 가파른 경사면이나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이 로봇은 원래 폭발 위험 때문에 사람이 처리하기 힘든 폭발물 제거용으로 만들어졌다. 몸체 위쪽에 달린 카메라로 원격 조종자에게 현장 영상을 보내고, 앞쪽에 달린 2m 길이의 집게 손으로 벽장 문을 열고 폭발물을 찾을 수 있다. 이 로봇에 폭탄을 장착해 원격으로 터뜨리면 '폭탄 로봇'이 되는 것이다. 가격이 5000만원에 달하는 이 로봇을 서울경찰청은 2008년 도입했다.

팩봇에는 권총 위력과 맞먹는 물대포가 달려 있는데, 폭발물의 뇌관을 파괴해 무력화하는 용도다. 물포 대신 총기를 부착할 수도 있다. 미군은 팩봇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하기도 했다.

팩봇은 이번 댈러스 사태에 투입된 기종인 '안드로스(Andros)' 로봇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스는 이동 속도가 팩봇의 절반 수준인 구형 모델이다. 안드로스도 원래 폭발물 제거용으로 개발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총기 테러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시민과 경찰의 생명이 위태로운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면 폭탄 로봇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