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찰청 고위 간부의 아들인 한 경찰관이 승진 축하주를 마신 뒤 20대 여성들과 시비가 붙어 경찰 신분증까지 빼앗긴 사실이 알려졌다. 이 경찰은 현재 대기발령된 상태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 모 경찰서 소속 A 경장이 지난 7일 오전 1시 30분쯤 대전 서구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20세 여성 4명에게 "미성년자 아니냐, 왜 담배를 피우느냐"며 신분증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특진한 A 경장은 이날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고 상대 여성들도 음주상태였다.

여성들이 "왜 신분확인을 하느냐"며 반발하자, A 경장은 이들에게 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으면서 A 경장은 자신의 신분증을 여성들에게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여성들에게 일단 귀가하고서 다음에 조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분을 삭이지 못한 여성들이 택시를 타고 지구대를 찾아가 "A 경장이 2차례에 걸쳐 어깨를 툭툭 쳤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다음날 오후 경찰에 ‘사건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합의서가 접수됐지만, 경찰 내부에선 술에 취해 민간인에게 '신분증 제시' 등을 요구한 A 경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내 감찰 관계자는 "A 경장이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다 보니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줄 알고 계도차원에서 말을 걸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라서 봐준다는 비난을 미리 방지하려고 비슷한 사례보다 더 강력한 조처인 대기발령을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