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태양이 눈앞의 무대를 가로질러 옆으로 뛰어간다. 그의 발길을 쫓아가다 보면 왼쪽에서 대성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앞으로 팬들이 야광봉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공연장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니다. 빅뱅의 월드 투어를 기록한 영상 '빅뱅 메이드'(6월 30일 개봉)를 상영하는 극장이다. 다른 극장과 달리 관객 앞쪽뿐만 아니라 양옆에도 스크린이 있어 삼면(三面)에서 영상이 나온다. 공연장의 무대는 길어지고, 공연 관중이 관객을 에워싸는 듯한 분위기를 낸다.

'빅뱅 메이드'를 상영한 극장은 CGV의 특수관인 '스크린 엑스(Screen X)'. 스크린 엑스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양쪽 벽면까지 활용한 3면 스크린 상영 시스템이다. CGV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 개발했다. 2013년에 처음 도입된 이 시설은 주로 영화 상영 전 광고에 이용됐다. 지난해 '차이나타운'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등 영화의 일부 장면이 스크린 엑스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가 만들어진 후 큰 화면에 선보이기 좋은 장면을 골라 스크린 엑스에 맞게 편집을 한 것이다. '빅뱅 메이드'는 기획 단계서부터 스크린 엑스에 맞춰 촬영해서 상영 시간 내내 스크린 세 개에 영상이 뜬다. 공연 장면을 카메라 세 대로 동시에 촬영하고, 이것이 삼면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작업을 했다. CGV에 따르면 스크린 엑스는 올해 상반기 105관(국내 83관, 중국 19관, 북미 2관, 기타 1관)을 확보했다.

‘스크린 엑스’로 상영하는 ‘빅뱅 메이드’. 극장 정면 스크린을 오른쪽·왼쪽, 양쪽 벽면까지 확장해 삼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극장 스크린이 커지고 있다. 극장 동향을 보도하는 해외 전문지 '박스오피스 프로'는 최근 "2015년 상반기에만 대형 스크린이 15.8% 늘어났다"며 "앞으로 극장들은 2~3달러를 더 주고라도 큰 화면을 선호하는 관객들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고 했다. 이 보도에서 대형 스크린을 주도하는 국가는 관객이 포화 상태에 이른 북미와 한국, 그리고 막 극장 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한 중국이다. 올 8월 개봉하는 '스타트렉 비욘드'(감독 저스틴 린)도 벨기에의 영화 시설 개발업체인 바코(Barco)와 협업해 최소 20분 이상의 장면을 삼면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극장 스크린이 커지는 것은 모바일과 IPTV, PC와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기들이 빠르고 싼 가격에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극장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몰입감 높은 대형 화면이다.

스크린 엑스와 같은 특수 대형 화면에 어울릴 만한 콘텐츠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빅뱅 메이드'를 제외하고는 아직 영화 전편이 스크린엑스 전용으로 만들어진 예는 없다. 공연 장면 위주의 영상이라서 가능했던 것도 간과할 수 없다. CGV 안구철 상무는 "올해 중국 블록버스터 콘텐츠 2편을 포함, 국내외 10편의 스크린 엑스용 콘텐츠를 제작·개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