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한 후 서울 용산기지 부지 활용 방안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대(對)국민 설문조사와 민간 및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수요 조사'를 근거로 제시하며 8개 콘텐츠를 용산 공원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7곳 주관으로 국립과학문화관(미래창조과학부), 국립여성사박물관(여성부), 아리랑무형유산센터(문화재청),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국립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용산공원 스포테인먼트센터(문체부), 호국보훈 상징 조형광장(국가보훈처), 아지타트 나무 상상 놀이터(산림청) 등 박물관과 문화 시설 8개를 들이겠다는 것이다.

4일 서울 삼각지에 있는 한 아파트 옥상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촬영한 용산 기지 메인포스트 전경. 오른쪽 아래는 전쟁기념관이다. 111년 만인 내년 말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이 역사적인 공간에 7개 정부 부처가 8개 시설을 지으려 하는 것을 놓고‘부처 간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본지가 국회 윤종필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용산공원 기획안에 따르면 국토부가 실시했다고 밝힌 대국민 설문조사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한 달간 국토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국토부 및 용산공원추진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전쟁기념관 방문객 등 같은 설문조사에 직접 응한 일부 시민까지 포함, 응답자는 3434명이었다. 1000만 서울 시민의 0.03%만이 의견을 밝힌 것이다. 콘텐츠 관련 설문은 '용산공원에서 경험하고 싶은 프로그램' '용산 공원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설' 단 두 개였다. 71만평이나 되는 거대 공간 활용을 놓고 대면(對面) 접촉이나 전화 조사, 심층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민간·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같은 기간 진행했다는 콘텐츠 수요조사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용산 공원에 들어설 콘텐츠를 응모한 기관은 모두 9개였다. 이 중 민간 기관은 단 한 곳이었고, 나머지 8곳은 정부 부처였다.

이들이 제출한 18개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용산공원 콘텐츠 소위원회(위원장 조세환)의 검토가 이뤄졌고, 그 결과 7개 부처가 8개 시설을 짓기로 했다. 평가에 참여한 한 위원에게 "경찰박물관이 왜 용산공원에 들어가야 하느냐"고 묻자 "공원 치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찰박물관도 필요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화계는 이에 대해 "형식적 조사와 심의를 거쳤을 뿐 실제로는 정부 기관들이 각자 필요한 시설을 써내게 해서 골라 뽑은 것"이라며 "몰역사적이고 비전문적인 부처 간 나눠 먹기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