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마켓웹툰 '구석구석'(위), 카카오웹툰 '바퀴벌레'.

"어느 날 아침… 그는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甲蟲)으로 변해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첫 구절처럼, 인간의 영역이던 웹툰에 벌레가 출몰하고 있다. 풍뎅이·벼룩·땅강아지 등을 앞세워 2013년부터 카카오에 연재 중인 '풍뎅이뎅이'뿐 아니라, 지난 3월부터 올레마켓에 연재 중인 '구석구석'의 등장인물은 바퀴벌레·그리마·진딧물 등 도저히 사랑하기 힘든 생물. 반면 독자들은 환호한다. 윤소라 작가는 "혐오스러운 벌레를 귀엽게 그려 반전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바퀴벌레는 인간 군상을 비춘다. 윤 작가는 "사람과 벌레가 별반 다를 게 없다"면서 "'맘충'(개념 없는 주부) '따봉충'(소셜미디어에 중독된 네티즌)처럼 누군가를 비하할 때도 벌레 충(蟲) 자를 붙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만화 속 벌레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2011년 나온 '고키챠'는 인간을 사랑하는 바퀴벌레를 미소녀처럼 그려낸 만화로, 2012년 애니메이션화에 이어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까지 진출했다. 우주에서 인간이 바퀴벌레와 혈투를 벌이는 내용의 '테라포마스'는 현재 TV로도 방영되고 있다. 김성훈 만화평론가는 "벌레는 대중문화에서 긍정적으로 소비되는 소재가 아닌 만큼 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흉측함'이 무기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 '하이브'는 돌연변이 거대 벌레와 맞서 싸우는 인간의 얘기를 그린다. 이 벌레들은 길앞잡이·쌍살벌·개미 등의 특징을 골고루 섞어 만들었다. 김규삼 작가는 "벌레의 괴물화는 이미 '서유기' '산해경' 등 고전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면서 "벌레의 속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깔려 있어 캐릭터 설명을 생략해도 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에 연재 중인 '바퀴벌레'와 코미카에 실리는 '사마귀'는 벌레를 고도의 은유로 활용해 가장 밑바닥의 흉악범을 그려낸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벌레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불쾌한 이미지"라며 "내재된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불러내는 데도 탁월한 소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