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시험실 후면(뒤쪽)에서 소변용 봉투로, 여성은 시험관리관이 우산 등으로 가림막을 친 후 시험실 후면에서 여성용 소변봉투(패드형)에 용변토록 조치'.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가 만든 공무원 임용시험 감독관의 근무 지침 중 하나다. 100분간 100문제(5과목)를 푸는 필기시험 중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응시자는 제한되어 있다. 장애인과 임신부, 또 시험 원서 접수 때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는 사유를 적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한 사람만 가능하다. 이들은 별도로 시험실을 배정받는다. 일반 응시자가 화장실에 가면 다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응시자는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5일 치러지는 서울 지역 7·8·9급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도 현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시험 중 화장실 사용 금지'는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 수원시 인권센터는 작년에 '응시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화장실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응시자들에게 자유롭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이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1만2952명 뽑는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34만5554명이 지원했다. 서울의 평균 경쟁률은 83.8대 1, 지방은 18.7대 1이다.

화장실을 오가는 응시자들 때문에 다른 응시자가 시험에 집중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혁신처가 작년에 9급 공채 응시자 2682명을 대상으로 '응시자의 화장실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7%가 '허락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허용해야 한다'는 8.3%에 그쳤다. 3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9)씨는 "문 앞에 자리를 배정받은 수험생의 경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다른 수험생 때문에 시험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하거나, 감독관이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더 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현 규정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