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자친구가 보면 안되는데 - 배드민턴 혼합복식 조로 3년 넘게 호흡을 맞추면서도 고성현(오른쪽)과 김하나는 손 한 번 제대로 잡은 적이 없다. 사진 촬영을 위해 김하나를 업어보라고 하자 고성현은 한참을 망설였다.“이 사진 김하나 남자 친구가 보면 어떡하지”라며 고성현이 민망한 표정을 하자 김하나는“난 상관없는데~”라며 웃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하나(27)는 8월 리우올림픽을 앞둔 각오가 남다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고의 패배 논란으로 실격을 당한 아픔을 겪은 탓이다. 당시 자국 선수를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중국 선수들의 계획적인 '져주기 플레이'에 김하나-정경은 여자 복식조도 똑같이 무성의한 경기로 대응하다 모두 실격 처리됐다. 국가대표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가 6개월 만에 징계가 해제됐다.

김하나는 "처음엔 충격을 받아 한 달간 라켓을 잡지 못했다"며 "경기장에서 관중에게 야유받는 순간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기억했다. "이번에는 그런 일 절대 생기지 않을 겁니다. 후회없이 경기하자는 생각밖에 없어요. 지켜봐 주세요."

4년 전 여자 복식으로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섰던 김하나가 이번엔 혼합복식으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고성현(29)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섰다. 김하나와 고성현은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이용대(28)-유연성(30) 조와 함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하나-고성현은 올해 3월 독일오픈 그랑프리골드 우승에 이어 4월 싱가포르오픈 수퍼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성현과 김하나는 "라켓만 잡으면 우린 천생연분이 된다"며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김하나는 "나는 네트 앞 정교한 플레이가, 고성현 오빠는 힘 있는 스매시가 강점이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고 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면 실수가 많아지는 점도 닮았다. 고성현은 "올림픽이 아니라 평소 나가던 국제대회라고 편하게 마음먹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하나는 팬들 사이에서 '얼음 공주'로 불린다. 피부는 공주처럼 희지만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어서다. "잘 웃고 다니면 쉽게 볼 것 같아서 어릴 적부터 잘 웃지 않았어요. 그래도 여러 사람 만나고 운동하면서 많이 고친 편이에요." 김하나는 표정처럼 성격도 똑 부러지고 신중하다. 장난기 많고 항상 웃는 얼굴인 '미소 왕자' 고성현은 "김하나가 '연습할 때는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하자'고 했다"면서 "김하나 말 들어서 손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성현은 원래 잘나가는 후배 '이용대의 남자'였다. 런던올림픽 이후 1년간 이용대와 남자 복식 조를 이뤄서 활약했지만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나지 않아 유연성에게 자리를 내줬다. "고성현의 성격이 너무 온순해서 후배 이용대를 리드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왔다. 고성현은 "복식조가 해체되고 좌절감이 커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용대랑 계속했으면 성적도 인기도 더 많이 얻었겠죠. 하지만 누나처럼 듬직한 김하나를 만나서 잘되고 있으니 지금이 좋아요."

김하나의 남자 친구는 고성현과 둘도 없는 단짝이다. 고성현에게 김하나는 '친구의 여자'인 셈이다. 그래서 국제대회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도 하이파이브만 할 뿐, 서로 얼싸안지 않는다. 두 선수는 "그래도 우리의 게임 호흡을 따라올 팀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