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5억원에 달하는 ‘마이바흐’가 고장 나 1년간 차량을 이용하지 못한 소유주에게 수입업체가 렌터카 비용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차량 수리 시 렌터카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약관이 있어도, 통상적인 수리 기간을 넘어섰기 때문에 별도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2일 건설업체 G사가 자동차수입업체 S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자동사 수리비 464만원만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G사는 2007년 9월 S사에 5억3000만원을 주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사의 2008년식 ‘마이바흐57’을 샀다. G사 대표 김모씨가 타던 마이바흐는 2009년 7월 교차로에서 멈춰 섰다. 에어백이 터지고, 유리창에선 워셔액이 뿜어져 나았다.
김씨는 S사에 항의했고, S사는 차량을 회수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사에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벤츠사는 2009년 9월 ‘외부업체에서 내비게이션 장착하는 과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S사는 내비게이션 설치 업자와 책임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였고, 차량 수리는 지연됐다.
김씨는 2010년 1월 S사에 다른 마이바흐 자동차를 빌려 줄 것을 요청했다. S사는 같은 차량의 대차가 불가능하다며 벤츠S클래스 차량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고장 난 차는 1년 정도가 지나 수리됐고, S사는 2010년 6월 김씨에게 차를 찾아가라고 통보했다. 김씨는 “렌터카 비용(하루 160만원)과 수리비 등 5억7560만원을 배상하라”며 S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렌터카 비용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수리 지연으로 인한 성능 감소 등을 인정해 9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성능 감소 등을 인정하지 않고, 수리비 464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해당 차량이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외국산 자동차라는 것을 고려해도 수리에 걸린 기간이 통상적 기간을 훨씬 넘었다”며 “이런 수리 지연은 품질보증에 따른 수리와 구별되는 별도의 위법한 채무 불이행”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차량 수리 시 렌터카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은 차량 판매 후 일정 기간 발생한 고장·결함에 대해 판매업체가 수리할 의무를 지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수리가 장기간 늦어져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차량이 장기간 방치돼 성능이 감소했는지 등을 심리했어야 하는데도 원심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