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1. 다섯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와 오랜만에 수다를 떠는데 아이가 계속 옷자락을 잡으며 "엄마"를 부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1 친구와의 대화를 멈추고 아이 이야기를 들어준다.
2 사탕이나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관심을 돌린다.
3 "엄마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이야. 5분 뒤 얘기하자"라고 말한다.
4 대꾸하지 않는다.
#문제2. 고등학교 올라가는 딸이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한다. "교실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는 게 이유다. 이때 당신이 취하는 행동은?
1 그냥 못 들은 척하고 입학식날 학교에 보낸다.
2 학교에 안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안 가면 나중에 노숙자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한다.
3 고등학교에 가면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용돈을 끊겠다고 한다.
4 학교를 안 가는 대신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본다.
월스트리트저널 경제부 기자였던 파멜라 드러커맨은 결혼 후 프랑스에서 아이를 낳아 키웠다. 파멜라는 프랑스 아이들이 코스요리가 나오는 동안 얌전히 식사를 하고,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엄마가 아이에게 악다구니 쓰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대체 프랑스 엄마와 아이는 뭐가 다른 것일까? 파멜라는 #문제1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 엄마들은 ①번을 택하는 반면, 프랑스 엄마들은 ③번을 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파멜라처럼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들은 "프랑스 엄마들은 소리 지르지 않고도 아이들을 잘 키운다"며 놀라곤 한다. 이런 소문은 유라시아 대륙, 8979㎞를 건너 한국에도 퍼졌다. 최근 국내 서점에는 프랑스식 육아·교육법을 알려주는 책이 여러 권 나왔고, TV프로그램에서도 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국내에 출간된 '프랑스 엄마처럼'의 저자 이자벨 파요와 오드리 아쿤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만났다. 이자벨과 오드리는 각각 세 명과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자녀를 위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체 프랑스 엄마는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프랑스 엄마도 한국 엄마, 미국 엄마랑 다를 게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갈 뿐"이라며 웃었다.
―왜 책을 쓰게 됐는가?
이자벨(이하 이) "상담소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공부와 학교생활을 힘들어했고,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 때문에 괴로워했다. 공부라는 게 그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오드리(이하 오) "큰 그림을 보게 하고 싶었다. 학교가 인생의 중심은 아니고, 언젠가는 떠나는 것이다. 아이의 성적보다는 성격이나 인간관계가 향후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에선 프랑스 엄마들이 자식을 편하고 여유롭게 키우는 줄 안다.
오 "프랑스도 엄청난 경쟁 사회라 부모와 아이들이 학업과 진로 때문에 안달복달한다. 부모는 이런 경쟁 사회에서 자녀가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워서 아이에게 높은 학업 성취도를 요구한다. 그걸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이 "어른이 돼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자신감, 자존감 같은 것이다. 오히려 학업 성취도 때문에 주눅이 든 아이들이 자존감이 낮아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이 "우린 아이들을 그저 놀게 하라는 게 아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면 성적과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 성적 자체만을 요구하는게 문제다."
오 "사람들은 흔히 열심히 공부해야 성공하고, 괴로워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공부는 괴로운 게 아니다. 우리는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했고, 그걸 우리 아이들과 상담을 받으러 온 아이들에게 적용해봤다. 거기서 성공한 방법을 책에서 소개했다."
―모든 아이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건가?
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가능성은 다 다르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교사가 발견해주면 좋지만, 그걸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서 엄마가 기다려서 발견해야 한다. 대단한 재능이 아니라 '친절하다' 같은 게 아이의 덕목일 수도 있다."
이 "중요한 건 아이들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게을러' 혹은 '애가 둔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남보다 뒤처지는 아이를 어떻게 가만 두고 볼 수 있을까?
이 "아이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아이 앞에서 표현하는 것은 최악이다.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고,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부모를 믿는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걸 찾아낸다."
오 "나도 언제나 기다려줬던 건 아니다. 둘째 아이가 어렸을 때 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었다. 어찌나 힘들었던지, 부끄럽지만, 하루는 아이를 들어서 침대로 던졌다. 아이한테 바로 '엄마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 프랑스 엄마 특유의 우아한 양육법이 있긴 한가?
오 "모든 엄마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일 때가 있고, 실제로 실수도 한다. 하지만 실수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완벽한 엄마가 될 생각을 버리면 우아한 엄마가 될 수 있다."
이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않는 것, 규칙을 정하는 것, 엄마와 아이가 서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등을 한다면 소리 지를 일이 별로 없다. 중요한 건 엄마가 자존감이 있어야 아이도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를 그대로 보고 배운다고 생각하면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기 쉬울 것이다."
―한국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을까?
이 "오래도록 사회는 엄마에게 죄책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워킹맘들은 그 죄책감에 더 시달리고.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는 데 매일 두세 시간이 필요하진 않는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아이 말에 건성으로 대꾸하는 것보다는 30분이라도 아이가 하는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게 낫다."
―두 사람 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웠다. 어떻게 했나?
오 "간단하다. 일터에선 아이 생각을 하지 않고, 집에선 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다. 넷 중 틀린 답도, 맞는 답도 없다. #문제2는 이자벨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사례다. 그의 첫째 딸은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등교를 거부했다. 이자벨은 ④번을 택한 뒤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딸은 빵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제빵학교에 갔다. 스물두 살인 딸은 지금 프랑스 파리 최고의 호텔로 꼽히는 '플라자 아테네 호텔'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일하고 있고, TV에도 출연했다. 이자벨은 딸 자랑을 한참 한 뒤에 말했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는 결코 늦는 법이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