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널 위한 거야!(Cleveland! This is for you!)"

버저가 울렸고, '왕'은 코트에 엎드려 흐느꼈다. 20일 NBA(미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 7차전이 열린 캘리포니아주 오라클 아레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93대89로 꺾고 시리즈 4승 3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NBA의 왕(King)이라 불리는 남자, 르브론 제임스(34·사진)는 팀의 우승이 확정되자 고향 클리블랜드에 트로피를 바쳤다. 돌아온 '배신자'는 그렇게 약속을 지켰다.

끝내 터져나온 눈물 - 이럴 땐‘왕’도 눈물을 흘린다. 20일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클리블랜드가 우승하는 순간, 르브론 제임스(왼쪽)가 팀 동료 케빈 러브를 껴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 창단 이후 46년 만에 차지한 캐벌리어스 첫 우승이다.

6년 전 클리블랜드의 팬들은 르브론의 유니폼 화형식을 열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인근 애크런시에서 태어난 르브론은 데뷔(2003) 이후 7년간 캐벌리어스에서 뛰었던 스타였다. 그랬던 그는 우승 반지를 위해 강팀인 마이애미 히트로 2010년 이적했다. 르브론은 순식간에 오하이오주 모든 NBA팬의 '공공의 적'이 됐다. 최고의 스타였던 만큼 팬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르브론은 마이애미에서 2회 우승(2012, 2013년)을 맛보고 2014년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창단(1970년)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캐벌리어스의 설움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에선 시리즈 2승 4패로 패해 워리어스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이제 르브론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나왔다.

다시 찾아온 복수의 기회. 르브론은 최고의 활약으로 팀에 첫 우승을 선물했다. 챔피언전 7경기 평균 득점 29.7, 리바운드 11.3, 어시스트 8.9, 스틸 2.6, 블록 2.3개. 양 팀 선수를 통틀어 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다. 한 선수가 챔피언전에서 5개 부문 모두 1위를 달성한 것은 NBA 최초다. 르브론은 만장일치로 챔피언전 MVP를 받았다. 그의 3번째 우승이자 3번째 파이널 MVP 수상이다.

르브론 제임스

4차전까지 1승 3패로 끌려가다 3승 3패 동률을 만든 클리블랜드는 7차전 4쿼터까지 워리어스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종료 2분을 남긴 89―89 박빙 상황. 승부처에서 빛난 건 역시 르브론이었다. 워리어스의 속공 상황에서 상대 이궈달라가 레이업 슈팅을 하는 순간, 뒤에서 날아온 르브론이 공을 쳐냈다.

이어 가드 카이리 어빙이 53초를 남기고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캐벌리어스가 승기를 잡았다. 워리어스의 주포 스테픈 커리를 17득점으로 막은 수비도 성공적이었다. 1승 3패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NBA 사상 최초다.

이 경기를 에어포스 원에서 지켜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르브론 제임스가 트로피를 고향 클리블랜드로 가져가는 걸 지켜보니 정말로 기쁘다"고 했다. "나를 비난했던 팬들의 이야기는 어제 자 신문이다. 내일 신문엔 '르브론이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간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난 우승컵을 들고 고향으로 간다." 르브론이 팬들에게 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