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총기 소지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총기 소지 역사는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건국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 5명을 포함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총기 소유권을 명문화하면서 누구든 총을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역사적 전통과 볍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총기사고는 대부분 가해자들이 자신과 다른 이질적 집단이나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집단과 문화가 뒤섞인 미국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는데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내 갈등이 '사회 부적응자'와 *'외로운 늑대'를 통해 터져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벌어진 총격사건 현장의 모습(좌),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행사가 12일 뉴욕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두 남성이 서로 끌어안고 위로하고 있다.(가운데), 올랜도 시내의 한 광장에서 열린 테러 피해자 추모 집회(우)

지난 10년 간 미국 사회에서 '외로운 늑대' 또는 '사회 부적응자' 들이 일으킨 굵직한 총기사건을 정리했다.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단순 총기 사건과 사망자가 10명 이하인 경우는 제외했다.
외로운 늑대 : 특정 조직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그 조직을 추종해 자발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홀로 행동하는 늑대를 가리키는 전문용어 'lone wolf'에서 나왔다. 직역하면 '나 홀로 늑대'가 적합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외로운 늑대'라 통칭하고 있다. '외로운'이라는 뜻의 정확한 영어는 'lonely'이다.

사건 개요 :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에게 총기 난사해 32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한 사건. 범인 조승희는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미국 영주권자였으며 버지니아 공대 영문학과 4학년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버지니아 공대는 2만6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미국 내 유수한 공대 중 하나다. 조승희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은 그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외톨이였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 : 여학생과의 갈등이 1차적 범행 동기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았다. 조승희가 범행 1주일 전쯤 독일어 수업시간에 한 여학생과 다투다 강사 크리스토퍼 비숍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을 일으킨 도화선이었을 뿐, 많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이민 1.5세대의 우울과 좌절로 봤다. ▶관련기사

1.5세대는 1세대처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자란 사람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버지니아주는 백인우월주의가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조승희가 더욱 위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인 한인사회 전체가 겪는 어려움이지만 1.5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은 더욱 크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미국 내 최대의 군 기지인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에서 2009년 11월 5일 무슬림인 현역 군의관이 총기를 난사해 군인과 민간인 등 13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친 사건. 미국 사회는 자국 영토의 군 기지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가 발생한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포트 후드 미군 기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이 기지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이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군의 지원으로 의과대학까지 마치고 의사가 됐다. 평상시에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수많은 참전 장병들을 상담해왔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전쟁 후유증을 앓는 군인들을 상담해왔던 그의 이력을 볼 때,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해 "환자를 자주 접하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전쟁에 대한) 공포가 싹트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와 같은) 정신적 문제가 생겨났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평소 독실한 무슬림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용의자 하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큰 불만을 가졌고 파병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하산은 범행 직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속 명령을 받자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으로서 종교적 신념과 미군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쇼핑센터 내 식료품점 앞에서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이 유권자들과 만남의 행사를 갖던 도중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존 롤 연방 지방판사와 기퍼즈 의원의 보좌관, 반장이 되어 현장교육에 참가한 아홉 살짜리 여자 어린이 등 6명이 숨진 사건. 미국 내에서 정치인을 피격한 사건은 당시 1968년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사망 이후 약 40여년 만으로 미국 정치권에 충격을 주었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범인 러프터는 투산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고 피마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를 5년간 다니다 교칙을 위반해 정학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커뮤니티 칼리지 수업 중 터무니없이 감정 폭발을 자주 일으켜 수업을 중단시켰다고 동료 학생들이 말했다. 그는 투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이웃들은 러프너에 대해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 : 평소 그는 따돌림을 당할만큼 독선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가 유대인 출신이며 애리조나주의 이민 단속법에 반대하는 기퍼즈 의원을 공격한데는 불법 이민자에 반대하는 그의 정치적 성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사건 개요 :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동쪽으로 약 16㎞ 떨어진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12명이 숨지고 38명이 부상한 사건. 사건 당시 영화관에서는 배트맨 영화의 새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 속 악당처럼 분장을 한 범인이 쏘는 총성을 영화로 착각해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범인은 백인 남성 제임스 홈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출신인 홈스는 2010년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신경과학 분야를 우등 졸업한 후 콜로라도대 대학원 의학부 신경과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퇴서를 제출했다.

홈스의 이웃 주민들은 홈스를 눈에 띄지 않는 '외톨이'라고 표현했다. 한 이웃은 "홈스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았다"며 "복도에서 누군가 인사를 건네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홈스가 총기난사를 저지른 이유가 정신이상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영화관 인근 주차장에서 홈스를 체포한 한 경찰관은 "홈스는 방탄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홈스의 차림새는 조커보다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나오는 '베인'과 비슷해보였다"고 설명했다. '베인'은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고담시(市)에 폭탄을 설치하는 인물이다.

홈스는 법정에 나오기 앞서 구치소에서도 '조커'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의 한 관계자는 "홈스는 스스로를 '조커'라고 생각하는 등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자신이 악당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곧 옥중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에게서 일말의 죄책감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2012년 8월 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시크교 사원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7명이 사망한 사건. 시크교는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의 신애사상과 이슬람교의 신비사상이 융합돼 탄생한 유일신 종교다. 비슷한 차림 때문에 종종 이슬람교도와 혼동된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범인 웨이드 페이지는 한마디로 술 때문에 인생을 망친 인물이었다. 페이지는 스무 살이던 1992년 육군에 입대했다. 부사관까지 승진했던 그는 1998년 돌연 제대 명령을 받았다. 미 육군 대변인은 페이지가 '신뢰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군복을 벗었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군대에서 절친한 사이였다고 주장한 크리스토퍼 로빌러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페이지는 임무 수행 중 술에 취한 채 나타나 군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제대 후에도 무분별한 음주 행각이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대 이듬해인 1999년 음주운전 혐의로 한 차례 기소됐던 페이지는 2006년부터 한 운송업체에 취직해 트럭 운전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회사에서 해고됐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시크교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백인 우월 인종주의자가 벌인 증오범죄이다. 총기 난사범 웨이드 페이지는 2000년 이후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음악 밴드에서 활동해 왔으며 반(反)증오범죄 단체들이 10여년간 그의 활동을 모니터할 정도로 잘 알려진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센터(SPLC)에 따르면 페이지는 2000년 고향 콜로라도를 떠나 노스캐롤라이나에 정착한 후 백인 우월주의 록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페이지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치 깃발과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화이트 파워' 깃발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올려 놓았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코네티컷주의 작은 마을 샌디 훅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소총 1정과 반자동 권총 2정을 소지하고 학교에 침입한 범인 애덤 랜자가 교실 두 곳과 복도를 돌며 학생과 교직원 27명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 희생자의 대부분은 6세~7세 정도의 초등학생들이어서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총기 난사범 애덤 랜자는 자폐증을 지녔던 외톨이 우등생이었다. 랜자의 형 라이언은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Asperger's syndrome)'과 '인격 장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생과는 2010년부터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고 밝혔다. 랜자와 뉴타운고교를 같이 다닌 급우들은 그에 대해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 "말수가 극히 적었다" "성적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범행과 관련해서는 랜자가 지닌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는 "랜자가 이혼한 엄마와 같이 지내면서 학업이나 사회 적응과 관련해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그것에 대한 반감이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결부돼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랜자가 가족 관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치원생을 범행 타깃으로 삼은 것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 주로 자신이 제어하기 편한 약한 상대를 찾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시립대 학생인 엘리엇 로저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이하 UC샌타바버라) 캠퍼스가 있는 소도시 이슬라비스타에서 흉기와 총으로 6명을 살해한 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자살한 사건. 로저는 '헝거게임' 조감독인 피터 로저의 아들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런던에서 태어난 로저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외톨이로 지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정신질환도 겪었다. 또한 그는 아버지가 만드는 영화 '헝거게임'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죽여야 하는 미래 사회의 생존 서바이벌 게임을 다루고 있다.

범행 동기 : 은둔형 외톨이였던 로저는 '묻지마 총기 난사'에 나서기 전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에게는 애정과 섹스, 사랑을 줬지만 내게는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다. 나는 22세인데 아직도 숫총각이고 여자와 키스해 본 적도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여대생 기숙사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죽이고 이슬라비스타의 거리로 나가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 모두를 죽여 '해골의 산'과 '피의 강'으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는 망상과 여성에 대한 혐오가 범죄로 이어진 경우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당시 20대 백인이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 사건. 참사가 벌어진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1816년 설립돼 내년 200주년을 맞는 유적으로, 흑인 기독교사와 흑인 인권 운동사에서 중요한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범인 백인 딜런 로프는 고교를 중퇴하고, 직업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였다.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법원 기록을 보면 약물 복용 전력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 고교 동창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하나인) '자낙스'(Xanax) 같은 약을 아주 많이 먹어 '알약 투입기'로 불렸고, 가끔 '남부의 자존심'을 들먹이는 등 인종차별적 농담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 : 그는 심각한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의 검은색 점퍼 오른쪽 가슴에는 백인 정권이 극단적 인종차별 제도(아파르트헤이트)를 시행하던 시절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의 국기가 있었다. 자신의 자동차에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기가 새겨진 번호판을 달고 다녔다. 그는 붙잡힌 뒤 경찰 조사에서 "인종전쟁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관련기사

사건 개요 : 미국 오리건주 한 대학에서 20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숨지고 2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이웃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지독하게 내성적이고 말 없는 청년으로 기억했다. 언제나 카키색 군복 바지에 전투화를 신고 다녔고, 인사를 건네면 시선을 피한 채 "하이(Hi)"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늘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가끔 산책할 때조차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황급히 사람들 곁을 지나쳤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범인은 학생을 모두 엎드리게 한 후 한 명씩 차례로 일으켜 세워 "무슨 종교를 믿느냐"고 물었다. "기독교"라고 답한 학생들에게 범인은 "좋아. 너희들은 기독교인이니까 1초 뒤에 신과 만나게 될 거야"라며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기독교가 아니라고 대답하거나 머뭇거린 학생들에겐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

그는 조직화된 종교를 혐오하고 나치와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찬양했다. 종교에 대해 알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는데, 온라인에 올린 자기소개 글에 "조직화된 종교를 싫어함"이라고 적었다. 종교적 혐오 감정이 범행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개요 :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위치한 동성애자 클럽에서 아프간계 미국인이 클럽 이용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50여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한 사건. 32명이 사망한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보다 희생자 수가 많아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관련기사

범인은 어떤 사람? 범인인 오마르 마틴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19세였던 2006년, 2년제 대학에서 응용 범죄학 기술(criminal justice technology) 학위를 이수했고, 이듬해 보안회사 'G4S'에 취직했다. 2009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이민자 출신 여성과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마틴의 전 부인 시토라 유수피는 "처음에는 경찰관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폭력성을 드러냈다"며 "마틴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으며 결혼생활 동안 폭력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마틴은 부인이 탁아소에서 일하면서 받은 소량의 월급을 압수해가고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생활은 2년 만인 2001년에 파탄 났다. ▶관련기사

범행 동기 : "아들이 몇달 전 시내에서 두 남자가 키스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 것 같다"고 용의자의 아버지는 미국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 혐오가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미국에서 일어난 증오범죄 5479건 중에 20%(1097건)가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였다. ▶관련기사

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용의자 마틴은 IS 동조 의심자로 의심돼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일찌감치 감시를 받아왔다. IS도 자신들의 연계 매체를 통해 "10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이번 공격은 IS 전사가 저지른 것"이라며 테러 배후를 자처한 점으로 보아 美 당국은 IS와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기사

미국 내 인종차별과 특정 종교와 문화에 대한 증오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양상이 부쩍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과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 등으로 미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소수자가 아니니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기존 기득권층이었던 백인·기독교·남성 집단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계층, 성별, 종교, 인종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자신과 신념이 다른 집단을 향한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집단'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음지에서 소외되고 좌절된 외톨이들이 자신의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는 극단적이며 독단적인 범행 역시 늘고 있다. 이들이 범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총기로, 미국 사회는 총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로 들끓는다. 하지만 총기 규제 뿐만 아니라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 사회의 사회적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