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유명 팝 가수들을 광고 모델로 쓰고 있는 청량음료 제품 대부분에 성인병을 유발하는 설탕·감미료 등 당류(糖類)가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당류 성분이 많은 청량음료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주범(主犯)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뉴욕 등 미국 일부 지자체는 일정 규모 이상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탄산이 든 청량음료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팝 가수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0~20대를 타깃으로 삼은 미 식품회사로부터 수백억원의 출연료를 받고 광고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한국에서도 올해 촬영된 청량음료 광고의 절반 이상에 아이돌 가수나 배우가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료 광고에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것을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팝 가수 출연한 음료 71%가 당류 첨가
미국 뉴욕대 병원 연구진은 2013~2014년 2년간 빌보드 차트 100위 이내에 진입했던 팝 가수 163명이 광고 모델로 출연했던 식음료 제품을 분석한 결과, 음료 69개 중 71%(49개)에 비만이나 당뇨를 유발하는 설탕이 첨가됐다고 6일 밝혔다.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음료는 10%(7개)에 불과했다.
연구진이 지난 14년간의 광고를 분석한 결과, 비욘세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톱스타들이 출연한 광고는 탄산음료인 펩시콜라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코카콜라(7명), 마운틴 듀(4명) 등의 순이었다. 에너지음료인 레드불에도 5명의 톱스타들이 출연했다. 모두 당류가 과다 함유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들이 출연한 음식·식품 광고는 유튜브에서 총 3억1300만 뷰(view·시청수)를 기록했다. 그만큼 팝 가수가 등장한 음료 광고가 10~20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의 식품·음료 회사들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팝 스타를 광고 모델로 끌어들이는 데 연간 20억달러(2조32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며 "식품·음료 회사들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자제하고 팝 가수들은 청소년 건강에 유해한 식품 광고에 출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아이돌이 음료 광고 싹쓸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1일 열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이 2000㎉라면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류가 50g(200㎉·당류 1g은 4㎉)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본지가 아이돌 가수나 배우를 광고 모델로 쓴 청량음료 5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355mL 한 캔을 기준으로 평균 당류 함량이 식약처 권고 기준의 89%(44.4g)에 달했다. 하루에 청량음료 2캔을 마시면 당류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는 것이다. 10대 탤런트 이수민이 출연한 청량음료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제품은 한 캔당 당류 함량이 50g에 달했다. 실제로 식약처의 2013년 조사 결과, 우리나라 12~18세 청소년들이 하루에 청량음료 등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는 59g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의 음료회사들은 10~20대 젊은 층을 노려 아이돌 스타를 대거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본지가 한국광고총연합회에 등록된 청량음료 TV 광고 58편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32편에 설현(스프라이트)과 박보검(썬키스트 리얼에이드) 같은 인기 아이돌 스타가 출연했다. 한미정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아이돌 같은 인기 스타를 이용해 판매를 촉진하는 광고 전략은 한·중·일 같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며 "광고 몇 편에 출연하느냐가 연예인들의 인기와 몸값을 재는 척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한 제품 광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제품 광고를 할 때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