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송(41·사진)씨는 국내 1호 '탈북민 출신 외과 전문의'다. 고대안산병원 간 이식 수술팀에서 근무하는 그는 "변성원 하나원 부장님, 이원진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도 공사판에서 막노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북한에서도 의사였다. 1998년 북한 평성의대를 졸업하고 평남 북창군에서 5년간 폐결핵 환자들을 치료했다. 2003년 탈북한 고씨는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4년간 마네킹 공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 밀항해 남한에 왔다.

고씨는 다시 의사를 꿈꿨지만, 당시에는 탈북민을 위한 특례 제도가 없어서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의대에 가려면 무조건 수능을 봐야 했는데 너무 벽이 높았다"고 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원(탈북민 정착기관)에서 고씨 멘토 역할을 했던 변성원 부장이 고씨를 찾았다. 변 부장은 "북한에서 의사 자격증이 있으면 남한에서도 의사 면허 자격시험을 칠 수 있게 됐으니 도전해 보라"며 "열정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씨는 고려대 의대 도서관을 무작정 찾아갔다. "의사 고시 공부를 위해 의학 교과서를 대출받고 싶다"고 했지만,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장면을 이원진 고려대 교수가 우연히 보고 고씨의 손을 잡아줬다. 도서관 출입증을 얻도록 해줬고, 고대 의대생들 앞에서 북한 의료 실태에 대해 특강을 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고씨는 2008년부터 2년간 공사판과 의대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했고, 2010년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이어 작년 1월에는 탈북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고씨는 지난달부터 의사 고시를 준비 중인 탈북민 8명을 매주 한 번씩 병원으로 초청해 이론과 실습 강의를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