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는 역대 최고를 다투는 축구 영웅이다. 한 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FIFA 발롱도르'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가져가며 유일하게 4회 연속 수상이란 기록을 남겼고, 2015년에 다시 이 상의 주인공이 됐다. 스페인 라 리가(정규리그) 개인 통산 최다 득점(312골) 기록도 가지고 있다. 우승 기록도 화려하다. 그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라 리가 8회, 코파델레이(FA컵) 4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회, FIFA 클럽월드컵 3회 등 우승 트로피만 28개를 들었다.
대표팀으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메시는 2005 U-20 월드컵 정상에 섰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냈지만 정작 국가대표팀의 메이저 무대인 월드컵과 대륙별 선수권에서 정상에 서지 못했다. 펠레(76·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56·아르헨티나)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펠레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1958년과 1962년, 1970년 세 차례 정상에 오른 월드컵의 전설이다. 마라도나도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조국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겼다.
메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독일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결승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칠레에 패했다. 두 대회에서 메시는 최우수선수(MVP)가 됐지만 빛이 바랬다. 2007년에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 나서 브라질에 0대3으로 완패했었다.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 메시에겐 올해 코파 아메리카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코파 아메리카는 4년에 한 번 개최되지만, 올해는 대회 100주년을 기념해 1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는 4일(한국 시각) 오전 10시 30분 미국과 콜롬비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미국 10개 도시에서 24일간 펼쳐진다. 원래는 남미 10개팀에 초청팀 2개국이 출전했지만, 이번엔 100주년을 맞아 개최국 미국을 비롯한 북중미 6개팀이 남미 10개팀과 자웅을 겨룬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다. 다만 메시가 최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허리를 다쳐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는 2일엔 탈세 혐의로 스페인 법정에 출두해 "나는 축구만 했을 뿐 아무것도 모른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회를 맞을 메시가 월드컵과 함께 숙원이었던 코파 아메리카 정상의 꿈을 이뤄낼지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펠레와 마라도나도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적은 없다.
대회 최다 우승국(15회)인 우루과이와 작년 대회 챔피언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등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스페인 라 리가 득점왕인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는 허벅지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예상되지만 8강전부터 가세할 전망이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바르셀로나)는 리우올림픽 출전으로 이번 대회엔 불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