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었다. 예전에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키우는 존재라고 생각해 ‘애완동물’이라 칭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반려견 훈련사는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람과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 개에게는 선생님, 개 주인에게는 상담사의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은 단연 개다. 개는 지능 수준이 높아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사람도 그렇듯이 반려견도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견주들은 반려견 교육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이들을 대신해 전문적으로 반려견을 교육해주는 사람들이 반려견 훈련사다.
반려견 훈련사는 개들이 지니고 있는 행동이나 습성 모두를 교육을 통해 사람과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예절 교육을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복종 훈련이 포함된다.
개에게는 교육이 특히 중요한 시기가 있다. 생후 3~5개월 사이에는 집에서 견주(犬主)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는 꼭 필요한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등만 해주면 된다. 생후 5개월부터가 반려견 훈련사의 교육이 필요한 때다. 훈련 기간은 개마다 다르지만 보통 소형견은 3개월, 중형견은 4~5개월, 대형견은 5~6개월 정도다.
반려견 훈련을 위해서는 몇 개월간 훈련소에 보내는 것이 좋다. 방문 교육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일회적이며 비용이 많이 든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100개가 넘는 반려견 훈련소가 있다. 반려견 유치원을 포함하면 300개다. 훈련소 한 곳당 보통 10명 이하의 훈련사가 상주한다. 한 명의 훈련사는 5~10마리의 개를 한 번에 교육할 수 있다.
반려견 훈련사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반려견 관련 학과가 있는 서울문화예술대학교나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등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훈련소에 바로 입소해 이론을 배울 수 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독학해도 된다. 그 후 실전 경험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해야 하는데, 입소 시 가산점을 받거나 급여 책정 시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면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에서 발급하는 애견훈련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유리하다. 훈련소에서 6개월 정도 교육받으면 월 100만~150만 원(출처 커리어넷)을 받는 전문 반려견 훈련사가 될 수 있다. 3년 차가 되면 직접 훈련소를 차릴 수도 있다.
반려견 훈련사는 개만 상대하는 직업이 아니다. 견주 교육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개는 인간 언어의 뜻을 알아듣는다기보다는 특정 억양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에서도 훈련소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게 하려면 반려견 훈련사가 견주에게도 상담과 교육을 해야 한다.
농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지출액은 1조 8000억원이며, 2020년에는 6조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이 커지니 관련 직종이 유망하다고 조명받는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검정시험 응시자는 첫해 151명에서 844명으로 5.6배 급증했다. 반려견 훈련사가 아직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잠재력이 큰 직종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국내 반려견 훈련사의 업무는 아직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 국제애견협회(FCI)에 등록된 견종만 400여 종이다. 이들의 능력은 다양하기 때문에 유해 물체 탐지에 적합한 경비견부터 운동능력이 탁월한 썰매 경주견까지 반려견 교육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앞으로는 가정견과 특정 목적견 훈련사가 구분되면서 더 많은 훈련사가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
반려견 훈련만 26년 ‘강아지 대통령’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의 별명은 '강아지 대통령'이다. 그의 작은 손짓 하나에 개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처음 보는 개나 말썽꾸러기 개도 그의 앞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그는 2001년 〈동물농장〉을 시작으로 최근 〈개밥 주는 남자〉 등 여러 동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26년 차 반려견 훈련사가 됐다.
개인 훈련소인 '이삭애견훈련소'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천안 연암대학 동물보호계열 전임교수로서, 한국반려동물문화연맹 대표로서 올바른 반려견 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반려견 훈련소의 견습생으로 시작
이웅종 대표는 어렸을 때 목장을 운영하고 싶었다.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단순히 정한 꿈이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목장을 열기 위한 초기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금방 꿈을 접었다. 강아지를 분양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의 전문성을 증명할 길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됐다. 충남의 한 농업 고등학교에서 축산과를 졸업한 후 그는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곳에서 훈련된 군견을 보고 처음 반려견 훈련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개를 훈련시키는 기술만 배우면 바로 일할 수 있고 목장과 달리 개줄과 목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초기 비용도 거의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제대 후 그는 반려견 훈련소에 견습생으로 입소했다. 그 당시에는 제대로 된 반려견 교육 시스템이 없었다. 훈련소마다 교육 내용이 달랐다. 견습생들에게 정식으로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이웅종 대표는 훈련사들의 어깨너머로 반려견 교육 방법을 습득했다.
터닝 포인트
그와 비슷한 시기에 훈련소 견습생을 시작한 사람들이 3~5년 차가 되자 개인 훈련소를 차렸다. 이웅종 대표는 10년 차까지 반려견 훈련에만 집중하며 경험을 쌓았다. 반려견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도 알게 됐다. 그는 애견인(愛犬人)들 사이에서 능숙한 훈련사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얻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개를 맡긴 일부 견주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그가 의뢰인의 집을 재방문하자 개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얌전해졌다. 견주들은 아무리 개가 이웅종 대표에게 잘 복종해도 함께 사는 주인의 말을 안 들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의뢰인 중 한 명이었던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이웅종 대표에게 반려견 훈련법을 대중에게 공개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반려견 훈련사들은 훈련법을 숨기기에 바빴다. 견주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만을 종이에 써줄 뿐 훈련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반려견 훈련 프로그램 ‘개과천선’
반려견 문화가 이미 잘 형성돼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개를 훈련하는지 알고 싶어 미국으로 3개월, 일본으로 1개월 단기 연수를 갔다. 그곳에서는 훈련소에서 교육 받은 견주들이 직접 자신의 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웅종 대표는 그 모습을 보고 홍성대 회장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귀국 후 해외 연수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표준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 훈련소인 '이삭애견훈련소'(이하 이삭훈련소)에 개설한 '개과천선'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견주가 자신의 개를 올바른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의 '가정견을 위한 정규 프로그램'과 새롭게 만든 '개과천선'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이삭훈련소는 국내의 대표적인 반려견 교육 센터가 됐다. 일반 대중도 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그는 2008년에 같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2012년에는 20년 동안 반려견 훈련사로 일한 경험과 따라하기 쉬운 훈련법을 담은 《동고동락》을 발간하며 꾸준히 대중과 강아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이론보다 경험이 중요
반려견 훈련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과 경험이 모두 필요하지만,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 이론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금방 늘기도 한다. 그러나 경험은 왕도가 없다. 원하는 훈련소에 입소하여 6개월 동안 기본 교육을 받은 후 다양한 개를 훈련해 보는 실습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전문 훈련사가 된다. 전문 훈련사는 훈련소에 상주하며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가정을 방문하는 일대일 출장 교육을 할 수 있다. 비정기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들의 버릇을 진단하고 고쳐주는 일회성 교육을 할 때도 한다.
불규칙적인 훈련사의 생활
장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하나의 훈련소에는 10명 정도의 훈련사가 있다. 이삭훈련소에는 13명의 훈련사와 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훈련소에서 먹고 자는 개들이 많기 때문에 훈련사들 역시 항상 대기 상태여야 한다. 일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다. 훈련 프로그램은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지만 그 외 고객 상담이나 강아지 산책 등의 활동은 자유롭게 하면 된다. 훈련사들은 최소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도록 교대 근무를 한다. 한 명의 훈련사는 5~10마리의 개를 동시에 교육한다. 월급은 훈련소에서 담당하고 있는 개의 수와 출장 훈련 횟수에 따라 다르다. 훈련소에서 교육받는 견습생들도 소정의 월급을 받는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반려견 훈련사도 모든 직업이 그렇듯 힘든 점이 많다. 우선 살아 있는 동물을 다루다보니 항상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물론 대부분의 가정견이 꼭 필요한 예방접종을 한 상태지만, 많은 개가 한 공간에서 지내다보니 가끔 예상치 못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매일 개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하다보니 허리가 자주 아프기도 하다. 근무 시간이나 휴일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활이 불규칙적이다. 몸만 힘든 것이 아니다. 견주들이 훈련에 만족하지 못해 항의할 때는 속상하고 답답하다.
1년을 버티는 끈기만 있다면
그럼에도 훈련을 통해 의젓하고 예의 바른 생활 태도를 갖게 된 강아지들을 보면 몇 개월 동안 고단했던 기억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려견 훈련사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전한 모든 이가 전문 훈련사가 되는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는 견습생들이 많다. 이웅종 대표는 딱 1년만 끈기 있게 배워보라고 조언한다. 처음 견습생으로 훈련소에 들어가 밤낮 없이 일할 때는 몸과 마음이 힘들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1년 후에는 전문 반려견 훈련사가, 5년 후에는 개인 훈련 센터를 가진 훈련소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