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란?]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주목받은 영화 '우리들'(감독 윤가은)이 1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감성을 섬세하고 사려깊은 눈으로 그린 뒤, 이를 특정 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언제나 혼자인 초등학생 4학년 '선'(최수인)이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와 우연히 만나 단짝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개학을 하면서 지아가 선을 멀리하자,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은 지아의 비밀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로해버린다.

'우리들' 연출을 맡은 윤가은(34)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윤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친구들(선과 지아) 나이였을 때, 영혼을 나눴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졌고, 그 관계가 교실이라는 역학 관계 속에서 뒤틀리면서 아프고 참담했던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감정이 여전히 날 것처럼 남아있었는데, 크면서도 그런 관계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었다"며 "그 감정들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아이들 간에 흐르는 사랑과 질투, 권력 관계의 미묘함을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윤 감독의 관찰력이다. '나도 예전에 저런 적이 있다' '저 맘 어떤 건지 알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윤 감독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과 함께 현재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출연 배우들과의 장시간 리허설에서 잡아낸 세부사항들을 결합해 영화를 완성했다. 4학년 11살이라는 설정 또한 이 과정에서 선택했다.

윤 감독은 "흔히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눌 때, 4학년은 고학년이 시작되는 나이다. 그 전까지 아이들은 조금 단순한 느낌이 있다. 본격적으로 친구들 사이에 계급과 권력의 분리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격렬한 인간 관계가 시작되는 나이가 4학년"이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단순화해서 보면 왕따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재는 이미 한국영화에서 수차례 다뤄진 바 있다. 이 작품이 여타 영화들과 다른 건 왕따의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일방적 가해자로 보이는 인물의 행동 또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으로 보이기도 한다.

윤 감독은 "미묘한 마음들이 부딪혀서 복잡한 문제를 만든다"며 "이런 문제는 누구나 겪는 것이고, 누군가가 나쁘기 때문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그 중 한 장면을 꼽자면 선과 어린 동생 윤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지아와의 관계를 고민하던 선은 동생 선이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던진 어떤 한 마디에 '결심'을 한다. "계속 때리기만 하면 언제 놀아?"

윤 감독은 이 대사에 대해 "실제로 내가 듣고 너무 충격을 받은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단순한 문제였다.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만은 살 수 없는 것이다. 이 단순함이 진리 같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