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사실 립서비스였다. 그래도 무시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배려가 있었다. 그리고 명장다운 노림수도 있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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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보스케 감독은 한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31일 저녁 (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획기적인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평가전 상대국인 한국에 대한 예의를 차려달라는 차원이었다. 4년전이 떠올랐다. 스위스 베른에서 스페인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둔 상황이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델 보스케 감독이 나왔다. 한국 취재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로 자기네들끼리 떠들었다. 기자회견 내용은 추후 전달받았다. 항의가 있었지만 관행이라며 얼버무렸다. 축구 강대국으로서의 오만이었다. 한국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2010년, 2012년 한국과 평가전을 치렀다. 이번이 세번째다. 나름 인연이 있다. 한국 축구가 낯설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기사거리'가 될만한 말을 기대했다.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역시나였다. "한국 축구 상당히 역동적이다. 최근 들어 발전했다.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의례적인 말이었다. 짧은 것이 머쓱했는지 "체격적으로도 우월하다. 상당히 흥미로운 축구를 구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델 보스케 감독의 립서비스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향점이 다르다. 현재 스페인의 눈은 유로 2016을 향해있다. 한국은 평가전의 상대일 뿐이다. 한국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9월부터 시작하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스페인 그리고 5일 격돌하는 체코는 월드컵 진출을 자양분일 뿐이다. 승패 여부보다는 경기 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델 보스케 감독에 앞서 열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기자회견 역시 스페인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았다. 스페인 취재진 역시 한개의 질문만 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래도 이번 델 보스케 감독의 기자회견에는 한국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일단 이날 기자회견은 4년전처럼 스페인의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델 보스케 감독의 답변이 끝나면 한국어 통역이 들어왔다. 스페인 취재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 2016에 나설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스페인 취재진들은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들끼리만 이야기하려고 했다. 한국어 통역이 들어오면서 그들만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배려의 매개체는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4년전 기자회견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스페인 대표팀의 라커룸을 찾았다. 슈틸리케 감독과 델 보스케 감독은 1977년부터 1984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 함께 뛰었다.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의 관행을 이야기하며 한국어 통역을 할 시간을 부탁했다. 델 보스케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다.

여기에 델 보스케 감독의 현실적인 노림수도 있었다. 유로 2016 최종 엔트리 후폭풍이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기자회견이 시작하자마자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발표했던 19명의 명단에 4명을 더했다.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스코(레알 마드리드)가 빠졌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큰 논란이 됐다. 스페인 취재진의 질문이 쇄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어 통역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그만큼 스페인 취재진의 질문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델 보스케 감독으로서는 한국어 통역이 '성가신 시간'을 공식적으로 줄일 수 있는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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