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는 초능력자들의 세상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또! 오해영', SBS '미녀 공심이', KBS2 '마스터, 국수의 신'을 비롯해 상반기에 종영한 SBS '리멤버' 등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했다. 평범남·평범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 지경이다.
tvN '또! 오해영'의 박도경(에릭)은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본다. 충격적인 실연 이후 갑자기 생긴 능력인데, 운명적으로 얽히게 된 오해영(서현진)과 관련됐을 때 주로 발휘된다. 딱 한 치 앞의 미래를 보고 오해영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난다. '미녀 공심이'에 등장하는 안단태(남궁민) 역시 '무엇이든지 다 보이는' 동체 시력을 활용해 공심이(민아)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정석희 TV평론가는 "극 중 초능력은 '드라마가 현실성 떨어진다'는 비판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효과가 있다"며 "어차피 판타지니까 현실과 차이가 있어도 시청자가 극 전개를 납득하게 하는 장치로 쓰인다"고 했다.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에게 예지 능력이 없다면 주요 사건마다 오해영과 얽히는 장면이 그저 '우연'이 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예지 능력 덕분에 그런 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초능력은 시청률 확보를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박도경의 예지 능력은 두 사람에게 곧 닥칠 일을 시청자에게 예고한다. 극 중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인 셈. 시청자들이 예지 장면에 나왔던 부분이 언제 나올지 궁금해하며 채널 고정을 하게 된다. 지난 24일 방송에서는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예지하는 신으로 이번 주 방송편을 예고했다. 네티즌들은 '에릭이 키스 장면에서 검은색 상의를 입고 나왔는데 극 중에서 언제 검은색 옷 입고 나서는지 챙겨 봐야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초능력·초감각은 '어벤저스' 같은 수퍼히어로의 능력과는 다르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초능력·초감각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영웅이라기보다 오히려 약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며 "복잡한 현대사회를 일반 대중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대중문화적 환유(換喩)로 표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