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주, 이균재 기자]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어려움을 겪고 나면 더 단단해진다. 지금 이 순간, 전북 현대가 가슴 속으로 되새겨야 할 속담이다. 전북은 구단 스카우트가 지난 2013년 2명의 심판에게 총 5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발각돼 홍역을 앓았다. K리그를 이끌어가는 리딩 구단이었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사죄하는 길 뿐이었다. 경기 전 만난 최강희 전북 감독은 "팬들과 선수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경기장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밖에는 없다. 특히 홈에서는 쓰러질 때까지 뛰어야 한다. 그게 도리다. 팬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줘야 한다"고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전북은 지난 24일 멜버른 빅토리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서 2-1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에 등을 돌렸던 팬심도 하나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북은 29일 벌어진 K리그서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만의 짜릿함'을 원하는 팬들의 갈증을 200% 채워줬다. 상주 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홈경기서 0-2로 뒤지다 내리 3골을 넣으며 드라마 같은 3-2 펠레스코어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전북은 후반 2분 김성환에게 페널티킥 선제골, 5분 뒤 박기동에게 추가골을 내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패배의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상태였다. 그러나 전북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용의 퇴장으로 생긴 수적 우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최규백, 로페즈가 잇따라 상주의 그물망을 흔들며 홈 팬들을 열광케 했다. 전북 공식 서포터즈인 매드 그린 보이즈(MGB)를 비롯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함성이 휘슬이 울린 뒤에도 전주성을 가득 메웠던 이유였다.

전북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긴 최강희 감독의 말이 곧 전북이 가야 할 길이다. "전북의 힘은 항상 팬들에게서 나온다. 운동장에서 보면 내가 지휘봉을 잡기 이전에도 전북을 응원해주셨던 골수 팬들이 선수들에게도 큰 힘을 주는 것 같다. 분명히 팬들도 실망을 많이 하셨을 텐데 큰 함성으로 응원을 해주셨다. 계속 노력해서 팬들의 열정과 함성에 보답하겠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