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소송을 하다 보면 보험금 받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겠다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보험금 지급액이 큰 사건인 경우에 선선히 주는 곳은 거의 없고, 지급한다 해도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을 제시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지정한 의사로부터 신체감정을 받았는데도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재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재감정해서 결과가 같게 나와도 이마저 믿을 수 없다면서 또 재감정을 요구하며 재판을 다시 지연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례가 일반적이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보험사가 소송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별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소송이 부당하게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소송 제기 후에는 연 15%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선고 전까지는 민법(연 5%) 또는 상법(연 6%)에 따른 이율을 지급하고, 선고 후부터 다 갚을 때까지만 연 15%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게 한다.
보험사는 패소하면 지연 이자를 추가로 물어야 하는데 왜 재판이 길어지는 것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소송이 길어져도 궁극적으로 큰 손해를 보진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보험 약관에는 지급이 지연되면 복리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판결에서는 복리 개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패소하더라도 원래 줘야 할 돈에서 추가로 지출되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또 지급이 지연될수록 생활고와 패소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는 고객이 보험사가 제시한 조건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소송이 길어지는 만큼 지출해야 할 보험금을 계속 운용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으므로 굳이 소송을 피할 이유도, 빨리 끝낼 이유도 없는 것 아닐까.
최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권리 보장과는 거리가 있다. 보험이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보았을 때 가입자에게 버팀목이 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하려면 보험 사기 방지책과 맞먹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