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 지방(요령성·길림성·흑룡강성)과 내몽골 동부, 러시아의 연해주·아무르주·하바롭스크 남부는 오랫동안 중국이나 러시아와 구별되는 역사 공동체를 이루어왔다. 역사적으로 '만주'라 불린 이 지역의 주인은 동호(東胡)·숙신(肅愼)·예맥(濊貊)족이었다. 세 종족은 2000년 넘게 이 지역을 무대로 흥망성쇠와 합종연횡을 거듭하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서쪽과 북쪽에서 밀고 들어온 중국과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고 말았다.

동호는 춘추시대(기원전 8~5세기)부터 내몽골 동부 지역에서 활동한 몽골 계통의 유목 종족이다. 오환(烏桓)·선비(鮮卑)·거란(契丹) 등 유력한 부족들이 잇달아 자기 영토는 물론 중국 북부를 압박하며 북위·요 등 왕조를 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한족(漢族)에 동화됐고 지금은 다우르족과 부랴트족 등 소수만이 이 지역에 산발적으로 남아 있다.

숙신은 흑룡강 유역부터 백두산 부근에 걸쳐 살았던 종족으로 수렵과 목축을 주로 했다. 이들은 중국 역사에서 시대에 따라 읍루(�婁), 물길(勿吉), 말갈(靺鞨) 등으로 불렸고 12세기에 여진(女眞)이라 불릴 당시 금(金)나라를 세워 중국 북부 지방을 장악했다. 17세기 초 다시 후금(後金)을 건국하여 나라 이름을 대청(大淸), 종족명을 만주(滿洲)로 바꾼 뒤 중원을 장악하고 정복 사업을 계속하여 오늘날의 중국 영토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은 두 차례 중국의 통치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족 문화에 동화됐고 남은 만주족도 언어와 문자를 대부분 상실하여 정체성이 약화됐다.

예맥은 압록강·송화강 유역과 백두산 일대, 한반도 북부에 살았던 농경 종족으로 한반도 중남부의 한족(韓族)과 함께 한민족의 뿌리가 됐다. 고조선·부여·고구려·옥저·동예 등의 나라를 세웠고 이 지역을 쟁패했던 고구려가 멸망한 후에는 그 유민이 말갈과 함께 발해를 건국, 다시 지역을 확보했다. 발해가 요나라에 멸망하자 그 유민은 대거 고려로 망명했고 고려와 그 뒤를 이은 조선은 고구려와 발해 고토(故土)에 대한 회복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공동 기획: 한국고대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