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 다니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35명 중 29명이 이날 단체로 벌점 2점씩을 받았답니다. 엄마들 단톡방이 그 전말을 알려줍니다. 반별 정해진 순서대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차례를 어기고 앞반보다 먼저 급식을 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급식 선생님 착오로 먼저 먹게 된 것이지 반칙한 게 아니다 항변했고, 분개한 엄마들은 담임선생님께 벌점을 취소해달라 요구하기에 이른 겁니다.
그까짓 벌점 2점이 뭐길래 이 난리냐고요? 상점과 벌점이 '수시'를 좌우하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경이죠. 학종은 중간고사도 중간고시(考試)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고1 첫시험부터 매번 수능 치르듯 최선을 다해야만 수시를 좌우할 또다른 조건인 '내신'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동아리 경쟁도 치열합니다. 수시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동아리는 경쟁률이 수십대 1입니다.
그래도 이제껏 나온 입시정책 중 학종이 최고라고 합니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조는 아이들이 사라졌다며 좋아합니다. 한데 자꾸 삐딱한 생각이 듭니다. 결국 학종은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재주도 많은 완벽한 인재를 뽑겠다는 대학의 욕심이 아닌가 싶어서. 내신과 수능, 거기다 비교과까지 챙겨야 하는 아이들은 이전과는 또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한 분야에 몰입하는 '덕후'들에게도 대학은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만, 학교가 좀 더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더 자주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