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던 김모(34)씨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 일부 여성들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발표한 경찰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20대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윤용신씨 등 여성 10여 명은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를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울지방경찰청을 규탄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살해된 피해자를 상징하는 뜻으로 바닥에 누웠고, 나머지는 그들에게 ‘묻지마 범죄’라는 붉은색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5분 동안 벌였다.
참가자들은 퍼포먼스 후 “여성 혐오가 죽였다”는 문구와 함께 여성혐오 범죄 분야 수사 기구를 신설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1시간가량 화장실에서 숨어 먼저 들어온 남성 또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을 노린 점 등에 비추어 가해자가 여성 혐오로 범행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경찰은 증오범죄인지 묻지마 범죄인지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여성 대상 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호신용품 없이도 여성들이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걸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건 발생 1주일이 되는 24일 여성들이 옷차림과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걷는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시위를 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5명이 19일과 20일 두 차례 면담을 통해 김씨의 심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에 의한 '묻지 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