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로 제모하면 털이 두꺼워진다’는 속설 때문에, 털을 뿌리째 뽑는 고통스러운 제모 방식을 택하는 여성이 많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는 미국 피부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토대로, 면도기로 제모해도 털은 두꺼워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피부과 전문의 에이미 맥마이클은 “면도기로 제모하면 털이 두꺼워진다는 속설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체모는 연필처럼 끝으로 갈수록 가늘다. 면도기로 털을 깎으면 털의 가는 부분이 잘려나가고 두꺼운 털 그루터기만 남게 된다. 따라서 제모 후 손으로 제모 부위를 만지면, 털이 두꺼워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는 털의 끝이 두꺼워진 것이지, 털 자체가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다.
면도기로 제모하는 행동이 털의 굵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 연구를 통해서도 여러 번 증명됐다.
1928년 한 연구팀이 면도기로 제모하면 정말 털이 굵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네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네 명의 남성에게 모두 같은 비누와 면도기, 같은 온도의 물을 사용해, 수염 일부를 밀게 한 후, 제모 부위에 새로 자란 털과 제모하지 않은 부위의 털 굵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부위 털의 굵기 차이는 없었다.
1970년에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면도기를 이용한 제모를 반복하는 행동이 털을 굵게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남성 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몇 달 동안 남성들의 한쪽 다리만 매주 면도하고, 나머지 다리는 제모하지 않게 했다. 그 후, 두 다리의 털 굵기를 비교한 결과, 둘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뉴욕 시 피부과 전문의 멜라니 그로스맨은 “만약 속설대로 털이 잘릴수록 두꺼워졌다면, 항상 제모하는 여성들은 아마 고릴라처럼 됐을 것”이며, “탈모를 앓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