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내일 열리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이 아닌 합창(合唱)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현재의 합창을 제창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고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대답했다. 국가 지정 기념식에서 제창은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른다는 뜻이고,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면 참석자들은 부를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토록 한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별 차이가 없지만 5·18 기념식에서는 이 논란이 8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 노래는 5·18이 1997년 정부기념일이 된 이후 줄곧 제창곡이었다. 그러다 2008년 여러 단체가 이념적 성격이 배어 있는 이 노래를 대통령까지 주먹을 흔들며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9년부터 합창곡으로 바뀌었다. 5·18 단체와 야당들은 그때부터 원상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해왔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념행사가 몇 년째 파행으로 진행됐다.

제창으로 바꿔야 한다는 쪽이나 합창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나 타당성이 있고 반대하는 이유도 있다. 문제는 지난 13일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제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야당들이 기대를 갖도록 대통령이 말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원칙을 말했을 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야당들이 과잉 해석을 했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야당들은 보훈처가 입장을 발표하자마자 '5·13 청와대 합의 전면 무효'를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이 일 하나로 여야정이 한자리에 모여 실업과 일자리, 산업 구조조정 문제들을 논의하겠다고 했던 합의까지 깨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내년 5·18 기념식 때는 이런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설득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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