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들 설립한 美 영화제작사에 1813억원 송금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의 양아들이 국영 투자 기업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 돈으로 최소 5000만달러(약 500억원)를 들여 뉴욕 맨하탄과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스의 호화 아파트와 고급주택을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나집 라작 총리의 양아들이 매입한 뉴욕 맨하탄 파크 로렐 콘도미니엄의 복층 아파트 내부 전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작 총리의 양아들이자 영화 제작자인 리자 아지즈가 1MDB 자금으로 770 ft²(약 715m², 약 220평) 넓이의 파크 로렐의 복층 아파트를 3350만 달러(약 392억원)에 사들였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이 아파트에서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며 “아지즈는 이 밖에도 1MDB자금으로 1750만달러(약 204억원)을 들여 1만1000ft²(약1022m²) 넓이의 베버리힐스 고급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WSJ는 “베버리힐즈 주택에는 36m에 달하는 넓은 수영장이 딸려있다”고 설명했다.

1MDB는 나집 총리의 '비자금 창구'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스위스·싱가포르·홍콩·룩셈부르크 수사 당국은 1MDB 자금 6억8100만달러(약 7850억원)가 스위스 은행 등을 거쳐 라작 총리 계좌로 흘러간 사실과 관련, 각국에 흘러든 검은돈의 용처를 쫓고 있다.

WSJ는 앞서 1MDB가 리자 아지즈가 설립한 할리우드 영화사 레드 그래나이트 픽처스에 지난 2012년 역외 회사를 통해 약 1억 5500만 달러(약 1813억원)를 송금했으며, 이 돈의 대부분이 2013년 개봉한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투자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집 총리의 양아들인 리자 아지즈

수사관들은 고급 부동산을 사들인 돈이 역외 회사로 흘러 들어간 자금의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아지즈는 ‘울프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인 리오나도 디캐프리오에게 60만달러(약 6억9000만원)짜리 선물을 주고 초호화 요트·제트기를 함께 타고 다니며 파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지즈는 불법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그는 현재 논란이된 베버리힐스의 고급 주택이 리모델링 작업 중에 있어 로스앤젤레스의 아파트를 임대로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MDB도 잘못을 부인하고 있으며 모든 조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WSJ는 “1MDB는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경제 발전을 위해 세운 펀드지만, 공식 사업 중 결실을 맺은 것은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